‘국민 메신저’ 카카오(035720)와 ‘국민 포털’ 네이버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진출한다. 양대 정보기술(IT) 플랫폼이 방대한 지식재산권(IP)과 수년간 공들인 콘텐츠 제작역량을 활용해 외산 플랫폼 ‘넷플릭스’가 장악한 국내 OTT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다음달 새로운 OTT 플랫폼 ‘카카오TV’를 출시하고 1일부터 자회사 카카오M에서 제작한 예능·드라마 콘텐츠들을 공개한다. 기존 OTT들의 오리지널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10~20분 내외의 쇼트폼 콘텐츠 중심으로, 카카오는 연내 20개 작품에서 300여개의 에피소드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의 톡채널과 #탭, 별도의 앱을 통해 카카오TV에 접근할 수 있고, 매일 총 70분가량의 카카오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네이버웹툰의 ‘시리즈온’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유통하는 네이버도 최근 콘텐츠 제휴 다각화를 위한 인재 채용에 나서며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다. 2013년 네이버의 영화·방송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시작한 시리즈온은 지난해부터 네이버웹툰 및 시리즈와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리즈온 주력인 ‘건별 주문형 비디오(TVOD)’를 성장시키면서 변화하는 영상소비 방식에 맞춰 ‘월정액 주문형 비디오(SVOD)’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라며 “웹툰 IP를 활용한 독점 콘텐츠 제작과 유통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등 IT 플랫폼은 직접 제작 및 유통 인프라 구축에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특히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드라마·영화 제작사를 인수하고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PD,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 ‘마이리틀텔레비전’의 박진경·권해봄 PD 등 수많은 스타 제작진을 품에 안았다. 또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숲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연예 매니지먼트사까지 인수해 스타를 보다 쉽게 섭외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IT 플랫폼들의 강점은 방대한 양의 독점 지식재산권(IP)에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누적 작품 수가 7,000여 개에 달하며, ‘미생’, ‘이태원 클라쓰’ 등 수십개 작품이 영화·드라마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웹툰으로 IP 경쟁력을 검증받고, 카카오M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글로벌 월간 이용자 수(MAU) 5,200만명 기반의 카카오톡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강력한 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기존 토종 OTT들이 연합군 결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카카오와 네이버 사이에선 일부 협업 양상도 엿보인다. 네이버 시리즈온과 카카오TV 두 플랫폼에서 다음 달 첫 방송을 앞둔 드라마 ‘연애 혁명’은 지난 7년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툰 I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OTT 진출 및 몸집 불리기를 두고 ‘과연 이들이 넷플릭스에 맞설 대항군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웨이브나 티빙 같은 기존 OTT 업체들이 콘텐츠 경쟁력에서 밀리는 탓에 넷플릭스에게 속수무책으로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6월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466만명으로, 웨이브(271만명)와 티빙(138만명)에 비해 압도적이다. 결제액(와이즈앱 와이즈리테일)도 올해 4월 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배 많아졌다.
웨이브가 MBC ‘꼰대인턴’을 비롯해 올해 최대 8편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2023년까지 총 3,000억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제 시작 단계라 아직 넷플릭스에 대항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또 티빙의 경우에는 넷플릭스와 CJ ENM, JTBC의 콘텐츠 제휴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서도 방영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티빙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기존 업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넷플릭스와의 경쟁도 버거운 상황에서 신흥 플레이어까지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유통 채널에만 공을 들여온 기존 OTT 플랫폼과 달리 카카오와 네이버는 IP에서부터 제작사 인수, 제휴까지 콘텐츠 자체에 역량을 키워왔다”며 “더군다나 이미 국민 대부분이 쓰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접근성이 높아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