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KAIROS)의 구축으로 핵융합 연구를 위한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게 된 만큼 선도적인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핵융합 상용화 난제를 해결해나가겠습니다.”
최근 핵융합 연구용 고성능 슈퍼컴퓨터 구축을 완료한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유석재(사진) 소장은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용컴퓨터(PC) 3,300대에 달하는 계산 성능을 지닌 핵융합 연구전용 슈퍼컴퓨터가 구축이 완료돼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이로스는 핵융합 시뮬레이션 연구에 활용될 1PF(페타플롭스·1초에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속도)급 고성능 슈퍼컴퓨터다. 대국민 대상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슈퍼컴의 이름은 ‘카이로스’. 고대 그리스어로 시간이라는 단어로 결정적 순간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한 결정적 순간을 갖게 될 것을 의미한다.
유 소장은 “이번에 구축한 카이로스는 이론 성능이 1.56PF에 달해 국내에서 특정 연구분야를 전용으로 하는 가장 큰 규모의 슈퍼컴퓨터”라며 “카이로스의 도입으로 이론 성능 기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기상청에 이어 공공기관 중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이로스는 핵융합 상용화의 핵심 과제인 초고온 플라즈마를 검증하는 데 쓰인다. 플라즈마란 기체 분자가 이온과 전자로 분리된 상태로 기체·액체·고체에 이은 제4의 물질로 평가된다. 그는 “핵융합 상용화의 핵심 과제는 핵융합이 일어나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장시간 유지하고 제어하는 것”이라며 “플라즈마의 불안정성을 예측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단위 부피당 1,019경개 입자로 구성된 초고온 플라즈마의 모델을 세우고 검증하는 시뮬레이션 연구가 필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할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필수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핵융합연은 지난 2011년 60TF(테라플롭스·1초당 1조번 연산)급 중소형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핵융합 이론 및 모델링 등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해왔지만 머신러닝, 인공진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용한 연구가 확대됨에 따라 고성능 슈퍼컴퓨터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유 소장은 “카이로스는 기존 시스템보다 20여배 이상의 컴퓨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로써 핵융합 플라즈마 개발을 위한 가열, 전류 구동, 감금, 대면재 연구 등에 필요한 계산 자원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 소장은 “앞으로 이를 활용해 오는 2025년 가동을 시작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실험 결과 해석 및 예측을 위한 시뮬레이션 코드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나아가 효율적인 한국형 핵융합실증로(K-DEMO) 설계 및 검증 등을 위해 필요한 가상 핵융합 장치 개발에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 소장은 슈퍼컴퓨터를 연구소 외 기업 등 외부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는 “대학과 산업체 등 우리나라 핵융합 커뮤니티에 카이로스를 개방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국가 전반의 핵융합 연구역량 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