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사람없이 그곳에서 '꽃길만 걷자'

[休-태백산 야생화길 트레킹]

금대봉~분주령~검룡소 총 6.7㎞ 코스

각시취·마타리...생소한 이름 들꽃 즐비

4~9월 하루 300명만 출입 가능해 한적

평지·내리막으로 이어져 여유로움 만끽

매년 이맘때면 금대봉 정산 인근 헬기장에는 둥근이질풀이 꽃을 피우고 그 너머로 태백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매년 이맘때면 금대봉 정산 인근 헬기장에는 둥근이질풀이 꽃을 피우고 그 너머로 태백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명산에는 여러 조건이 따라붙는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빼어난 풍광, 천혜의 자연환경,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다소 험난하면서도 다양한 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태백산은 산악인들이 손꼽는 국내 대표 명산이자 영산(靈山)이다. 흔히 1만2,000봉이 있다고 하는 금강산과 달리 태백산은 주봉인 영봉(1,567m)을 중심으로 산과 봉우리가 모두 14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은 규모에도 명산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그 가운데 태백과 정선에 걸쳐 있는 북쪽 봉우리 금대봉(1,418m)은 태백산의 자연환경을 대표한다. 일반에는 덜 알려졌지만 산악인들에게는 ‘금대화해(金臺花海)’로 불리는 명소다. 봄부터 가을까지 일대 416만5,000㎡(126만평)를 뒤덮은 야생화 때문이다.

관련기사



금대봉 트레킹 코스는 사전 예약한 하루 300명만 출입이 가능해 코로나19에도 부담 없이 걷기 좋다.금대봉 트레킹 코스는 사전 예약한 하루 300명만 출입이 가능해 코로나19에도 부담 없이 걷기 좋다.


금대봉 일대는 지난 1993년 환경부의 자연생태계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2016년부터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야생화가 만개하는 4월 셋째 주 금요일부터 9월 말까지 개방하는데 인터넷 예약으로 하루 300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기 훨씬 이전부터 거리두기가 지켜지고 있던 셈이다. 태백산맥을 따라 멀리서 찾아왔더라도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는 탓에 전국 명산을 다 가봤다는 전문 산악인 중에도 금대봉은 오르지 못했다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인 요즘, 야생화로 뒤덮인 ‘천상의 화원’ 금대봉~분주령~검룡소 트레킹 코스(총 6.7㎞)를 다녀왔다.

금대봉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두문동재(1,268m)부터 올라야 한다. 두문동재는 강원도 태백과 정선의 경계에 위치한 고개다. 문을 걸어 닫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두문불출(杜門不出)이 유래한 광덕산 두문동과 같은 지명을 쓰는 곳인데, 그만큼 접근이 어려웠다. 다행히도 두문동재까지는 정선에서 삼척으로 넘어가던 옛 38번 국도가 나 있어 차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지금은 두문동재터널이 개통되면서 길은 온전히 태백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위한 용도로만 쓰이고 있다. 두문동재에 오른 뒤에는 다시 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자를 확인하고 체온측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탐방로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금대봉~검룡소 트레킹 코스에는 수백 종의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어 ‘천상의 화원’이라 불린다. 왼쪽부터 각시취·마타리·오이풀·벌개미취 순.금대봉~검룡소 트레킹 코스에는 수백 종의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어 ‘천상의 화원’이라 불린다. 왼쪽부터 각시취·마타리·오이풀·벌개미취 순.


일단 숲길로 들어서면 빽빽이 들어선 활엽수림으로 하늘이 가려져 자연스레 발아래로 시선이 옮겨진다. 야생화가 그렇듯 꽃들이 군락을 이루기도 하고 하나둘 자라나기도 한다. 층층잔대·일월비비추 같은,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뿐 아니라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망초부터 솜방망이 모양을 한 쉬땅나무, 재미난 이름을 가진 여우오줌과 같은 꽃들이 곳곳에 피어 있다. 밥상에 흔히 올라오는 우엉이나 참나물 등도 곳곳에 자라난다. 금대봉부터 검룡소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에는 국내 식물 4,600종 중 1,000여종이 자생한다고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식물의 정보가 검색되니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이름 모를 야생화의 이름과 꽃말을 찾아보는 것도 트레킹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지금 가면 동자꽃·새며느리밥풀·보라잔대·큰제비고깔 같은 야생화를 만나볼 수 있다.

대봉에서 자라나는 야상화는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검색 기능이 있어 식물에다 갖다 대기만 하면 꽃이름·꽃말까지 확인할 수 있다. 왼쪽부터 모시대·동자꽃·어수리·짚신나물 순.대봉에서 자라나는 야상화는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검색 기능이 있어 식물에다 갖다 대기만 하면 꽃이름·꽃말까지 확인할 수 있다. 왼쪽부터 모시대·동자꽃·어수리·짚신나물 순.


정신없이 꽃길을 따라가다 보면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오는데 금대봉 정상으로 가는 길은 백두대간 종주길로 연결된다. 여기서 분주령을 향해 곧장 가야 범꼬리·꽃쥐손이 같은 야생화 군락을 만나볼 수 있다. 갈라진 길이 다시 합류하는 지점에서 울창한 낙엽송을 감상하며 1㎞ 남짓 걷다 보면 고목나무샘 등을 거쳐 본격적인 하산길로 접어든다. 트레킹 코스의 최종 목적지는 검룡소(儉龍沼)다. 내리막을 따라 금대봉을 빠져나올 때쯤 세심교와 검룡소 주차장 갈림길이 나온다. ‘속세에 찌든 마음을 씻으라’는 세심교를 건너면 검룡소로 가는 800m 길이의 잎갈나무길이 이어지는데 마치 산사로 들어가는 듯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금대봉 기슭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등에서 솟아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용출되는 지점이다. 주변이 푸른 이끼로 가득한 검룡소에서는 하루 2,000~3,000톤의 맑은 물이 쏟아져 나온다.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금대봉 기슭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등에서 솟아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용출되는 지점이다. 주변이 푸른 이끼로 가득한 검룡소에서는 하루 2,000~3,000톤의 맑은 물이 쏟아져 나온다.


길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끝이 난다. 검룡소는 금대봉 기슭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등에서 솟아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용출되는 지점이다. 푸른 이끼로 가득한 검룡소는 하루 2,000~3,000톤의 물을 쏟아낸다고 한다. 원래 한강 발원지는 조선세종실록에 기록된 오대산 우통수(于筒水)였지만 1987년 국립지리원이 오대천과 창죽천의 합수 지점인 정선군 북면 나전리에서 실측한 결과 창죽천이 32㎞ 더 긴 것으로 밝혀져 뒤늦게 검룡소가 발원지가 됐다. 이곳에서 시작한 물길은 정선 골지천과 조양강, 영월의 동강, 단양·여주 남한강을 거쳐 경기도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쳐져 한강으로 이어진다.



금대봉을 빠져나가는 길은 검룡소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출발지인 두문동재에 차를 대고 왔다면 검룡소주차장에서 택시를 불러 다시 두문동재로 돌아가야 하는데 검룡소주차장은 금대봉뿐 아니라 대덕산·함백산 등 태백산맥을 오른 등반객들의 하산길이라 택시 잡기는 어렵지 않다. 트레킹 코스는 입구가 이미 산 정상인 덕분에 평지 혹은 내리막으로만 이어진다.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올라가는 등산 코스가 아닌 만큼 꽃 내음을 맡으며 천천히 여유를 갖고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길은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쌓여 폭신하고 한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해 야생화가 자라기 좋을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도 쾌적함을 선사한다.
/글·사진(태백)=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금대봉 고목나무샘.금대봉 고목나무샘.


최성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