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허위매물 단속 역설…'미끼 전세' 1만건 사라지자 호가는 올랐다

'임대차법 후폭풍' 허위매물 단속에 실상 드러내

서울 사흘만에 1만여건 증발…경기도 20% 줄어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상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헬리오시티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 /오승현기자 2019.8.22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상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헬리오시티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 /오승현기자 2019.8.22



정부가 지난 21일부터 부동산 허위매물에 대한 단속에 들어간 가운데 사흘 만에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이 1만건가량 증발했다.

7월20일 4만건이던 전세물건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이달 20일 2만6,000건으로 줄더니 미끼매물을 단속하자 1만6,000여건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역설적으로 허위매물 규제로 현 전세난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2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1만6,564건을 기록했다. 불과 사흘 전인 20일의 2만6,088건보다 9,524건(36.5%) 줄어든 규모다. 한 달 전인 7월20일에는 전세매물이 4만899건이었다.

경기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세물건이 20일 2만3,202건에서 24일 1만8,357건으로 20.9% 감소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허위매물을 규제하면서 미끼·중복매물 등을 올리지 못하게 됐다”며 “이사철이 코앞인데 임대차 3법으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허위물건마저 사라지면서 시장의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수급지수도 수요가 공급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과 경기도의 전세수급지수는 각각 189.6, 189.3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2.7포인트, 3.1포인트 오른 것으로, ‘전세 대란’이 일어났던 2015년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이호재기자지난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이호재기자


임대차 규제에 이어 허위매물에 대한 단속이 본격화되자 시장에서 전세물건이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흔히 말하는 ‘미끼·중복물건’ 등이 사라지면서 시장은 투명해졌지만 역설적으로 허위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세물건도 증발해버린 것이다. ‘아실’에 따르면 최근 사흘(20~24일) 동안 서울에서 사라진 아파트 전세물건만 1만건에 육박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허위물건 규제가 전세매물 실종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전세수급지수는 과거 전세대란 수준까지 육박했다. 가을 이사철이 곧 다가오면서 전세대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허위매물 단속에 목동 단지도 전세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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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으로 현재 시장에서 전세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가운데 허위매물 단속으로 이른바 미끼·중복매물이 사라지면서 전세매물 증발이 심상치 않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는 지난 20일 아파트 전세물건이 2,379건에 달했으나 24일에는 873건으로 63% 줄었다. 양천구도 이 기간 908건에서 467건으로 48% 감소했다. 이외에 서초구·강동구·강남구 등 전세 주요 인기지역에서 매물 감소폭이 컸다. 경기도에서는 성남 분당구가 67% 감소해 1위를 기록했으며 그 뒤를 과천시(감소폭 60.8%)와 성남 수정구(41.6%), 광명시(29%) 등이 잇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허위매물에 대한 처벌조항을 담은 공인중개사법을 21일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부동산114·다방·직방·호갱노노 등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위매물을 올리거나, 있는 매물이라도 중개 대상이 될 수 없거나 중개할 의사가 없는 경우 ‘위법한 광고’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매물 조사는 이들 사이트에 게재된 물건 기준이다.

허위매물이 삭제되면서 새롭게 전세물건이 ‘0’인 단지들도 속출했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가운데 1·2·4·6단지에서는 전세매물이 단 한 가구도 없다. 3·5·7·8·9·12단지 등 6개 단지에서는 전세매물이 5개 미만이었다. 해당 단지들은 모두 1,000가구를 넘기는 대단지다.

"가을 이사철 코앞인데" 한숨


현재 전세시장은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물건이 줄면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17일 기준) 서울 지역 전세수급지수는 전주(186.9)보다 2.7포인트 올라 189.6을 기록했다. 2015년 10월 첫째 주(190.6) 이래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가 180선까지 오른 것은 전세대란이 극심했던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전세대란이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외곽 및 강북권조차 전셋값이 억 단위로 치솟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1차’ 전용 84.9㎡는 이달 8일 5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돼 올 1월(4억5,000만원) 대비 1억원 올랐다. 성북구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전용 59.9㎡ 또한 이달 15일 5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면서 지난해 말(4억3,000만원) 대비 1억원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허위매물 단속은 필요하지만 매물 등이 너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며 “(전세) 거래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매물 품귀현상으로 하향 안정화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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