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재택근무 어떡하지' 대기업, 정부 지침 기다리며 눈치게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에

수도권에 본사·사업장 둔 대기업들 고민

재택근무 확대 등 선제적 행보 있지만

정부 결단 기다리며 전전긍긍하는 기업도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실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사업장에 외기 공조 시스템을 강화하고 필수 인력을 포함한 전사 차원의 재택근무 확대를 결정했다./사진제공=LG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실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사업장에 외기 공조 시스템을 강화하고 필수 인력을 포함한 전사 차원의 재택근무 확대를 결정했다./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주요 대기업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확산하자 재택근무 체제로 서둘러 전환하고 있다. 다만 ‘초강수’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등장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기업도 다수여서, 재계에서는 정부의 빠른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는 지난 주부터 수도권 코로나19 확진환자 수가 급증하자 순환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등 비대면 체제를 긴급히 가동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발표한 시점에 맞춰 재택근무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등 필수직군은 20%, 그 외 직군은 50%가 재택 근무에 돌입했다. 또한 실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파주와 구미 사업장, 마곡 연구소, 여의도 트윈타워 등 모든 사업장에 외기 공조 시스템을 강화하기도 했다. LG(003550)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밀폐된 실내 환경 특성상 에어컨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외기 환기 횟수를 늘리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며 “재택 근무 시에는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된 노트북을 지급해 회사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쓰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LG전자(066570)도 재택근무를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임신 중인 직원 등 모성보호대상자, 자녀 돌봄이 필요한 직원, 만성·기저 질환이 있는 직원은 재택근무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사업장 간 출장과 대면회의, 집합교육, 단체회식은 금지되며 모든 사업장과 건물에는 외부 방문객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임직원에 감염 위험이 높은 사외 다중이용 시설 방문을 금지해 달라는 요청도 함께 공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직원 60%가 출근하던 기존의 선택적 재택근무를 지난 17일부터 필수 근무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원에 재택근무를 적용했다. 사무실에 출근한 직원들은 만의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내 감염 및 감염경로 확인을 위해 개인별 접촉자 일지를 작성할 의무를 부여받았다. CJ(001040)는 일부 계열사에서만 시행해 온 전면 재택근무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3교대 근무를 2교대로 전환하고 사무실 근무 인력을 대폭 축소했다. 최근 대산공장서 확진환자가 발생한 현대오일뱅크도 최근 재택근무 비율을 기존 30%에서 50%까지 확대했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제조업 등 특정 업종에서는 전사 차원의 재택근무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장 등 생산설비의 꾸준한 가동이 필수적인데다 고객사와의 납기를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제조업에 뿌리를 둔 대기업은 ‘철저한 방역’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20인 이상의 회의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사내 임직원 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삼성전자(005930)가 그 대표적 사례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러나 모든 대기업 계열사가 재택근무에 돌입한 것은 아니다. 임직원들의 요구에도 경영진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실제로 J사나 I사 등은 전사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재택근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장가동률을 낮춰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J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될 경우 정부 권고에 따라 최소 인원만 사무실이나 공장에 나오게 될 것”이라며 “그때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최대한 루틴을 유지하자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조업 기반 회사는 공장 가동 문제 때문에 필수 인력만 남긴다 하더라도 전사 차원의 재택근무를 독려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내에서는 ‘강제적’ 조치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어야 경영진이 움직일 것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일일 확진환자 수가 100~200명 이상이며 일일 확진환자 수가 전일에 비해 2배 증가하는 경우가 1주일 사이에 2회 이상인 ‘더블링’이 발생하는 경우에 떨어지는 조치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필수적 사회경제활동 외에 모든 활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10명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과 모임, 행사가 금지되며 학교와 유치원은 원격수업으로 전환 또는 휴원한다.


이수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