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 일이 있기 며칠 전, 그는 동료 조합원들 앞에서 임씨에 대해 “어린놈의 XX가 경영을 X같이 해서 조합원한테 사기나 처먹고 말야. X같은 놈, 확 죽여버릴까 보다. 사기꾼 XX, 돈도 다 해쳐먹고”라고 비난했다. 동료 조합원 김모씨가 징계위에 회부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앞서 송씨는 임 이사장과 만나 “어린놈의 XX가 싸가지 없게”라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그 뒤 임 이사장이 송씨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 “네가 깡패냐. 이사장에게 어린놈이라고 했다며”라고 욕설을 하며 폭행했다. 송씨도 “긍께 어쩐다고 XX놈아”라고 응수하며 주먹을 날렸다. 임씨는 전치 4주 골절상을 입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송씨를 모욕·상해·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박씨의 범죄 사실을 적시했고 임씨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송씨는 진실한 사실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배포했으니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송씨가 배포한 판결문 어디에도 임씨의 횡령 가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송씨에 대해 “임씨가 박씨의 횡령에 가담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말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모욕죄와 상해죄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지만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전주지법에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무엇이 재판부의 판단을 엇갈리게 했을까.
사건을 둘러싼 배경은 이렇다. 모 택시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임씨는 이 회사의 택시면허를 새로 만든 협동조합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임씨는 조합 명의로 대출 받은 20억원을 박씨에게 맡겼다. 총회나 이사회의 승인은 없었다. 박씨는 이 돈을 개인적으로 썼고, 경찰 조사에서는 다른 택시회사의 추가 인수를 위한 자금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임씨도 박씨가 조합 설립에 도움을 줘 고맙다는 취지로 대출금 사용을 허락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송씨가 총회장에서 조합원들에게 뿌린 판결문은 이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박씨에 대한 부분은 사실과 부합하며, 판결 내용을 보면 임씨의 관여나 묵인 없이 범행이 일어날 수 없었으리라 송씨가 생각했을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조합원들과의 관계에 비춰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조합 발기인일 뿐인 박씨가 거액을 횡령한 자체가 임씨의 임무 소홀이 아니냐는 것.
재판부는 임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아예 혐의가 없다고 증명할 만한 근거는 부족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경찰 조사 과정서 나온 ‘임씨도 박씨의 횡령을 알고 있었다’는 진술이 허위라 쉽게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것. 결국 송씨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