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앞에서는 재난지원금…뒤에서는 증세·요금인상

재난지원금 논의하면서 증세...정책 모순

재정적자에 증세 논의 수반 불가피

벌써 슈퍼리치 과세·특별재난연대세 주장까지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결국 재정부담이 이번에도 증세 등을 통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표’를 의식하다 보니 고소득자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소득세·보유세를 인상해 이른바 ‘로빈후드’ 과세라는 비판이 일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에 교통요금·수도요금 등 서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 인상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앞으로는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뒤로는 증세와 요금 인상 등으로 돈을 거둬들이는 ‘조삼모사’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년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년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6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에 “국가부채 비율이 4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30만원씩을 주면 0.8%포인트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며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준다고 무슨 나라가 망하겠느냐”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이낙연 의원도 “소득 하위부터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정청이 지난 23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잠시 보류하겠다고 결론을 냈지만 정치권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백가쟁명식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올해 상반기 나라 살림 적자는 역대 최대인 111조원에 육박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은 늘어난 반면 세금은 지난해보다 덜 걷힌 데 따른 결과다. 세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국가 채무 규모는 839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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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4차 추경을 편성하려면 대규모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세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세 논의의 타깃은 또다시 고소득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는 이미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에 더해 소득세 과세 표준에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소득세율을 45%까지 끌어올리는, 사실상의 핀셋 증세를 감행한 바 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범여권을 중심으로 ‘슈퍼리치 증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둘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코로나19 재난과 기후재난 등이 장기화·일상화되면서 재정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증세 논의는 불가피하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누진적 보편증세 원칙과 슈퍼리치들의 사회적 기여를 고려한 증세 방안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소득을 올린 사업자·노동자에게 특별 세금을 부과하자는 ‘특별재난연대세’ 주장도 제기됐다.

공공요금 인상도 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수도요금이 9년 만에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시민의 발인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도 논의되고 있다. 재정고갈이 결국 증세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럼 돈의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사람들이 부동산 등 실물수요로 몰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증세를 해야 하는데 증세 자체가 쉽지 않고 증세한다고 세수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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