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만으로 고도 12~18㎞의 성층권을 장시간 나는 무인기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술 고도화를 통해 6개월 이상 성층권을 연속비행하는 무인기를 선보이겠습니다.”
지난 16~18일 태양광 무인기로 고고도 53시간 연속비행에 성공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이융교(사진) 책임연구원은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구름 없는 성층권에서 수일 또는 수십 일도 거뜬하게 체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 이번 비행의 의미”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이날 자체 개발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EAV-3)’가 이달 16일 오전5시께 전남 고흥 항공센터를 이륙한 후 18일 오전11시께 착륙해 53시간 연속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항우연의 태양광 무인기는 2013년 1㎞ 정도의 저고도를 25시간을 비행했고 2016년에는 고도 18㎞ 성층권에서 90분간 비행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번 비행은 우리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공역(空域) 안에서 이뤄졌다”며 “할당된 시간을 채우고도 태양광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돼 있어 더 오래 비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무인기의 연속비행 세계 기록은 2018년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제퍼’가 세운 26일이다. 제퍼는 항우연 무인기보다 배터리 성능이 20% 뛰어난 미국 엠프리우스사의 고성능 배터리를 장착했고 미국 사막을 비행해 공역제한도 없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성층권을 장시간 체공하는 태양광 무인기 기술을 가진 나라는 별로 없다”며 “2013년부터 초경량 기체구조 연구개발을 서두른 덕에 이 분야에서는 러시아·중국 등 후발국에 비해 크게 앞선 상태”라고 강조했다.
장시간 체공의 핵심은 크기. 고성능 태양전지를 더 많이 실으려면 기체가 커져야 하고 날개도 키워야 한다. 이번 무인기는 날개와 동체 길이가 각각 20m, 9m다. 이 연구원은 “날개를 무작정 키우면 진동으로 날개가 출렁거리거나 휜다”며 “탄소섬유 복합체인 날개를 30m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성층권 무인기가 재해, 불법 어로 감시, 통신 중계, 미세먼지·기상 관측 등 기존 인공위성의 보완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항우연은 이번에 50㎞ 거리에서 실시간으로 고화질(HD) 영상을 전송할 수 있도록 통신 성능도 높였다. 그는 “수개월씩 체공하면서 한 지점을 추적하는 데 태양광 무인기는 최적화돼 있다”며 “지난 최장기 장마처럼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감지하고 예측해 피해를 줄이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이 연구원은 미 켄사스주립대에서 항공공학 박사를 딴 후 2001년 항우연에 입사해 무인기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이번 무인기 개발에는 이 연구원을 비롯해 15명의 항우연 엔니지어들과 국내 중소기업 6곳이 힘을 보탰다.
그는 “배터리 용량, 기체 내구성 등 기술 축적에 전력할 것”이라며 “태양광 무인기가 우리나라의 재난 통합감시 시스템의 한 축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