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출 '0원→4.8억원'…시세 KB→감정원 전환만 해도 재산가치 달라지는 데

<아파트대출 '감정원 기준' 적용하니>

감정원 시세, KB보다 다소 낮아

15억초반 아파트 수억대출 가능

15억이하는 대출금액 줄어들어

"시세기준 바꾸면 혼란가중" 지적




#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전용 146.48㎡의 KB국민은행 시세는 15억1,000만원(일반 평균가)이다. 대출 규제에 따라 15억원을 초과하는 이 집을 매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같은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감정원에서는 이 단지의 시세를 15억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감정원 기준을 따르면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두 기관의 시세 판단 차이는 고작 1,000만원에 불과하지만 대출 규제와 맞물리면서 ‘어느 기관의 시세를 인용하느냐’에 따라 수억원의 대출이 왔다 갔다 하는 셈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출 규제의 판단 근거가 되는 아파트 시세 정보를 ‘KB국민은행’ 대신 ‘한국감정원’ 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 아파트 대출 규제 및 담보 금액 평가는 KB 시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정원 시세는 KB에 비해 낮은 편이다. 기준이 바뀌면 ‘대출 불가선’인 15억원 초과 일부 단지는 수억원의 대출이 가능하다. 반면 15억원 이하 아파트들은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게 됐다. 시세기준만 바꿔도 파장이 엄청나게 크다.

26일 서울경제가 감정원 시세 적용 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대출 가능 금액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담대를 9억원까지는 40%, 초과분부터는 20%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5억원을 초과하면 아예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여기에서 판단 기준이 되는 시세는 KB 시세가 활용되고 있다.


통상 두 기관의 분석 방식 차이로 감정원 시세가 다소 낮게 책정되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5~10%가량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감정원 시세로 판단 기준을 바꿀 경우 이에 연동된 대출 금액도 따라가면서 대체로 지금보다 더 적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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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서울 송파구 ‘송파베르디움더퍼스트’ 전용 101.46㎡는 KB 시세로 13억2,000만원, 감정원 시세로 12억3,000만원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적용해 계산하면 KB 시세 때는 4억4,400만원, 감정원 적용 때는 4억2,600만원으로 1,800만원의 격차가 발생한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1,000만~2,000만원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 다른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감정원 시세 적용 시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59㎡는 1,600만원, 은평구의 ‘녹번힐스테이트’ 59.93㎡는 900만원의 대출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15억원을 살짝 초과해 ‘대출 전면제한’에 걸린 아파트 중 일부는 시세 기준 변경 시 대출금이 수억원씩 늘어난다. ‘흑석한강센트레빌 2차’의 사례처럼 1,000만원 차이로 대출 가능액이 4억8,000만원까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이곳 외에도 서울 성동구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전용 84㎡는 ‘대출 불가’에서 ‘4억5,200만원까지 대출 가능’으로 바뀐다.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긍정적 효과보다 혼선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중저가 주택은 대출금이 줄고 15억원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는 오히려 혜택을 받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은행에서 시세를 파악해 대출을 해주도록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에서도 김 장관의 발언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소관 부처인 금융위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현재 어떤 통계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결정된 것은 없다”며 “KB시세는 있지만 감정원 시세는 없는 주택이 꽤 있다. 이런 주택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중은행들도 부정적인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감정원으로부터 시세를 불러올 프로그램이 구축돼 있는 은행이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동영·이태규·김지영·양지윤기자 jin@sedaily.com

진동영·양지윤·김지영·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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