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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정부자금 157억 준 지 석달 만에 경영권 매각... 한국벤처 출자금 관리 논란

화이인베, 문체금 출자금으로 펀드 결성 직후 매각 나서

예고된 수순…中화이 철수에도 펀드 조성 강행

모태펀드 "핵심 운용역 변경 여부 모니터링 예정"




과거 중국계 연예기획사의 창업투자회사(VC) 자회사였던 화이인베스트먼트가 정부 자금으로 조성되는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로부터 출자금을 받아 펀드를 결성한 뒤 곧바로 경영권 매각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의 출자금 관리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배우 김윤석과 수애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인 플리트(204630)엔터테인먼트(옛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자회사 화이인베스트먼트 매각을 위해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지난 5월 모태펀드 출자금을 받아 펀드를 조기 결성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매각에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화이인베스트먼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모험콘텐츠’ 부문 운용사로 선정돼 약 157억원의 정부 자금을 받았으며 여기에 자체 자금과 모(母)회사 자금을 각각 추가로 더 투입해 5월 총액 210억원 규모의 ‘HY상상콘텐츠투자조합’을 설립한 바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HY투자조합이 첫 투자를 위한 ‘캐피탈콜(자금납입요청)’을 신청하자 30억원을 내주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매각이 진행되는 창업투자회사에 펀드 출자를 결정한 것 자체가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주주가 바뀌면 회사 내에서 펀드를 굴리는 핵심운용역들이 이탈해 펀드 투자처 선정과 수익률 관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출자 펀드를 보유한 것 자체가 창투사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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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VC 등이 정부기관으로부터 출자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경영권 매각 이슈가 있는 창투사에 출자 승인을 내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화이인베가 경영권 매각 계획을 처음부터 한국벤처투자 측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화이인베가 매각을 추진하면서 그 모회사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경영권 교체 과정도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내 컴퓨터장비업체인 엔에스엔(031860)은 지난 7월 중국계 미디어 기업인 화이러헝유한공사 등이 갖고 있던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지분 42.21%를 인수해 대주주 자리에 오른 뒤 곧 이어 이 지분의 절반(21.60%)을 디스플레이 업체인 세미콘라이트(214310)에 넘긴 바 있다. 애초에 화이인베가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위탁운용사가 된 배경에는 중국계 미디어 자본과 시너지를 기대한 측면이 있었는데 엉뚱한 제조업체들이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출자 효과가 반감된 셈이다.

한국벤처투자의 한 관계자는 “펀드 핵심 운용역의 변화가 있고 대체 인력이 불충분할 경우 조기 청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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