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나랏빚 1,000조 돌파 눈앞… "文정부 5년간 340조 증가"

[2021년 예산안]

2024년 국가채무비율 60% 육박

지출 증가율 7.1%→9.5%→9.1%→8.5%

법인세 부진 영향에 국세 수입 282조 그쳐

2024년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 계속 5%대

경상성장률 등 전제 자체 "낙관적" 지적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예산안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예산안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경기 회복을 견인하겠다는 취지로 2년 연속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법인세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국세수입은 2018년(293조6,000억원)보다도 못한데 지출 증가율은 3년째 8~9%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내년 555조8,000억원의 총지출은 총수입(483조원)보다 무려 72조8,000억원이나 많아 역대 최대다. 올해 30조5,000억원 차이의 2배 수준이다. 모자란 부분은 사상 최대인 89조7,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돼 나라 살림 가계부를 뜻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4%,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7%로 상승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렇게 가파른 추세가 수년간 이어져 재정건전성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2017년 660조여원이던 국가채무는 2022년 1,000조원을 돌파하고 2024년엔 1,327조원이다. 정부가 제시한 2024년까지의 중기국가재정운용계획 상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계속 5%대이고,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 58.3%에 도달한다. 불과 2018년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가 2년 만에 ‘50% 후반 이내’로 급상승했다. 이마저도 정부가 예측한 경상성장률 전망이 2021년 4.8%, 2022~2024년 4.0%인데 다소 낙관적으로 보여 사실상 2024년에 60%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1일 정부가 발표한 202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전년 대비 총지출을 8.5% 늘려 555조 8,000억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재정 건전성 등을 우려해 2년 연속 9%대였던 지출 증가율을 소폭 낮추긴 했지만, 확장재정 기조는 여전하다. 그간의 본 예산 기준 총지출 증가율을 살펴 보면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에 달했다. 현 정부 출범 후 4개년간 증가율 평균이 8.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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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세 수입은 올해 본예산 대비 9조 2,000억원 덜 걷히는 282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법인 영업이익이 감소해 법인세는 53조3,000억원으로 세입경정을 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보다도 5조2,000억원(8.8%)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2019~2023년 중기재정전망에서 2021년 국세수입이 3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빚을 낸 규모가 2019년 34조3,000억원에서 2020년 60조3,000억원(3차 추경 기준 97조1,000억원), 2021년 89조7,000억원으로 제어가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실제 구조조정이 가능한 100조~110조원의 재량지출 중 10%를 구조조정 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은 지난 27일 진행된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총 예산 사업 수가 8,000개 정도인데 구조조정을 한 사업 수는 2,000여개”라고 설명했다.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021년 5.4%, 2022년 5.9%, 2023년 5.9%, 2024년 5.6%로 제시했다.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 46.7%, 2022년 50.9%, 2023년 54.6%, 2024년 58.3%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과 적자 비율과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산정의 전제가 되는 수치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됐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2년 동안은 실질 성장률 1% 달성도 힘들 것으로 보이기에 전반적으로 과대한 추계라고 봐야 한다”며 “코로나 19 사태가 좋아진다고 해도 평균 실질 성장률 2% 이상이 나오기 힘들 뿐 아니라 물가 성장률도 2% 이상 나와야 한다는 건데 정부가 인플레이션 등을 염두에 두고 경상 성장률을 전망하진 않았을 것이어서 낙관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출 증가율과 세수 전망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24년까지의 정부재정 지출 증가율을 연 평균 5.7%로 예상하면서 세수 증가율은 2021년엔 GDP 경상성장률에 못 미치고, 2022년부터 점차 회복한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간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 계획상의 지출 증가율과 실제 지출 증가율은 상당한 괴리가 있어 왔다. 일례로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재정지출 상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6.5%였으나 지난해 실제 지출 증가율은 9.5%에 달했다. 한국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의지가 너무 적어 보이는 게 문제”라며 “항상 재정수지가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에 2024년에 국가채무비율도 60%를 넘게 될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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