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사실상 실패한 ‘집단 면역’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집단 면역이란 구성원 상당수가 서서히 감염돼 사회 전체적으로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현직 관료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의료 고문이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으로 집단 면역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집단 면역 전략을 주도하는 인물은 지난 8월초 백악관 신임 의료 고문으로 임명된 스콧 아틀라스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신경방사선학 박사다. 그는 지난 7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젊고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없다. 건강한 사람까지 고립하면 면역 형성을 방해해 사태를 장기화시킨다”며 집단 면역 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또 “봉쇄 전략이 건강 유지 비용을 상승시키고, 실업률을 높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틀라스의 집단 면역 주장은 경제 활동 재개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저위험군은 학교와 직장에 다시 나가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하며 집단 면역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WP는 아틀라스가 최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매일 면담하고 있다며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집단 면역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미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집단 면역 전략을 택하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며, 한 번 퍼지기 시작되면 사회 전역으로 퍼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경고했다. 또 스튜어트 레이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집단 면역은 코로나19 사망과 장애만 증가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할 전략”이라며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집단 면역은 적용할 수 없는 전략이며, 미국은 코로나19 취약 인구가 너무 많아 그 효과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WP도 자체 분석 결과 미국이 집단 면역에 성공하려면 미국 인구 65%가 감염될 때까지 213만명이 목숨을 잃어야 한다고 전망했으며, 코로나19 재감염 우려와 고위험군·저위험군 분리 기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집단 면역을 시도했던 스웨덴도 사실상 실패했다. 스웨덴은 집단 면역 실패로 올 상반기 151년 만에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
다만 WP의 보도에 아틀라스는 성명을 통해 적극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집단 면역 전략 정책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