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일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함에 따라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검찰이 자체 개혁안으로 설치한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김에 따라 삼성의 위기경영이 올스톱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결정할 수 있지만 위기극복과 신사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M&A)은 총수인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총수의 재판이라는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주 2나노미터(㎚·10억분의1m) 반도체 공정 개발과 생산을 공식화하는 등 삼성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TSMC는 약 22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4년부터 2나노 제품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로써 TSMC는 삼성전자와의 반도체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2나노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2나노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중 반도체 전쟁 와중에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따돌려야 한다.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최근 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약 9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업체에 10년간 법인세 면제라는 당근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를 ARM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하며 삼성전자의 대규모 M&A가 상당 기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역대 최대인 9조원을 들여 미국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며 수조원 단위의 대형 M&A가 중단된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로 이 부회장의 재판이 최장 5년간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이 재판 출석 및 준비에 몰두해야 해 투자 및 M&A 결정이 지연되는 등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태 KAIST 경영학 교수는 “검찰이 자체 개혁안으로 내놓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까지 뒤집고 이 부회장을 기소한 것은 법치의 심각한 훼손이자 권력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변수연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