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복원에만 10년…새단장 마친 조선 왕실사찰 '흥천사'

이성계 신덕왕후 강씨 죽음 이후 세웠지만

억불정책, 화재 등으로 쇄락하며 폐사 위기

2010년 금곡스님이 정상화작업 맡아 추진

600년 왕실사찰 전통 서민사찰로 계승 목표

코로나19로 개원법회 10월 중순으로 연기

최근 복원 작업을 마무리한 서울 성북구 삼각산 흥천사의 전경./사진제공=흥천사최근 복원 작업을 마무리한 서울 성북구 삼각산 흥천사의 전경./사진제공=흥천사



조선 시대 도성 안에 세워진 최초의 사찰 흥천사(興天寺)가 10년 만에 복원 절차를 마치고 일반에 개방된다. 흥천사는 조선 초기 조계종의 본산으로 오늘날 조계사와 같은 역할을 했던 왕실사찰이다. 조계종은 600년 역사를 지닌 왕실사찰 흥천사를 서민사찰로 자리매김하게 해 서울 강북권을 대표하는 중심사찰로 키워내겠다는 계획이다.

31일 대한불교 조계종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삼각산 흥천사는 오는 10월 17일(음력 9월 초하루) 개원 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흥천사는 최근 불자들의 수행과 신행을 위한 전법회관을 완공하면서 복원작업을 마무리했다. 당초 흥천사는 이달 초 개원 법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모든 법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개원 행사가 한 달 뒤로 연기했다.


흥천사는 원래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첫 왕비인 신덕왕후 강씨(1356~1396)의 명복을 빌기 위해 1397년 세운 전통사찰이다. 창건 당시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貞陵, 초기 중구 정동) 인근에 지어졌다가 몇 차례 화재로 소실되면서 1794년(정조 18)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흥천사는 조선 중기 억불정책과 일제강점기 종교 탄압을 거치며 쇠락해 경내에는 무허가 건축물이 난립했고, 주민들이 사찰 주변을 무단 점유하면서 폐사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전통사찰 흥천사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들어서면서부터다. 조계종은 종책특보단장이던 금곡스님(현 총무부장)을 흥천사 주지로 임명하고, 흥천사 정상화 작업을 추진해왔다. 경내에 들어선 무허가 주택 60여 가구와 세입자 20여 가구 등 80여 가구를 설득해 부지를 확보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스님은 3년 넘는 기간 동안 이들을 설득해 자발적인 퇴거를 이끌어냈다. 보상비로만 100억원대의 자금이 투입됐다.

흥천사 경내에 들어선 무허가 주택들. 현재 이 자리에는 스님들의 거처인 요사체가 들어섰다.흥천사 경내에 들어선 무허가 주택들. 현재 이 자리에는 스님들의 거처인 요사체가 들어섰다.


금곡스님은 “당시 흥천사 신도는 2명에 불과했고, 사찰 소유부지가 불법으로 거래되면서 최초 3만여 평의 부지 가운데 절반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며 “온전한 상태로 복원하기 이전에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금곡스님은 2005년 낙산사 화재 시 복원을 책임지기도 했다.


흥천사는 문화재적으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극락보전 내에 봉안된 ‘금동천수관음보살좌상(보물 제1891호)’과 ‘대방(국가등록문화재 제583호)’을 비롯해 ‘극락보전(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66호)’ ‘흥천사 명부전(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67호)’ ‘흥천사 아미타불도(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367호)’ 등 수십 점의 지방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조선 후기 왕실의 후원으로 중창하면서 세워진 대방에는 흥선대원군이 직접 쓴 현판이 걸려있고, 극락보전 현판에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이 쓴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번 복원과정에서 훼손이 심각했던 흥천사 대방은 수년에 걸쳐 해체보수 작업이 진행됐고, 극락보전에 대한 전면적인 보수작업도 이뤄졌다.

관련기사



흥천사는 전통사찰로의 복원은 물론 신자들을 위한 포교사찰로 변화하기 위한 과정도 거쳤다. 과거 주민들이 무단점거했던 자리에는 절에서 운영하는 한옥어린이집과 비구니스님들의 수행도량인 삼각선원, 스님들의 거처인 요사채가 들어섰고, 가장 최근에는 신도들을 위한 공간인 대규모 전법회관 건립까지 마무리됐다. 새로 확보한 부지 대부분을 신도들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한 셈이다.

새로 문을 열 흥천사에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조성돼 24시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사진제공=흥천사새로 문을 열 흥천사에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조성돼 24시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사진제공=흥천사


또 경내에는 돈암동에서 정릉으로 넘어가는 산책로를 조성하고, 주민들이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현재 하루 1,000명 이상이 산책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정식으로 개원하기 이전이지만 2명에 불과했던 흥천사의 신도 수도 지난 10년간 1만 명으로 늘어났다. 강북권에서는 조계사에 이어 가장 많은 신도 수를 보유한 사찰이다.

금곡스님은 왕실 사찰인 흥천사의 전통을 서민사찰로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불교에서 도심사찰의 의미는 스님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주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로 문화공간을 넘어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전통사찰로의 역사를 계승하고 현대를 수용한 사찰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불자뿐만 아니라 개신교, 가톨릭 등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종교시설로 흥천사를 키워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불자들이 참석하는 흥천사 정식 법회는 다음 달 7일 재개될 예정이다.


최성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