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ISA·방카도 제때 못 팔라” 은행 ‘비예금상품 규준' 막판 진통

예금 외 모든 상품 판매규제 강화

은행 "변액보험·MMF 등 빼달라"

새 가이드라인 '적용 범위' 이견




펀드·신탁·보험 등 원금보장이 안되는 금융상품을 은행이 판매할 때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조율을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은행장 이사회 의결은 이달 중으로 연기됐다. 계획대로 연내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대상이 되는 상품의 설계부터 판매·사후관리까지 모든 단계가 막대한 영향을 받는 만큼 적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상품 제조사나 투자자의 책임에 비해 은행이 져야 할 부담이 비대칭적으로 크다는 불만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은 ‘은행의 비예금 금융상품 판매 시 내부통제에 관한 모범규준’의 최종안을 두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당국과 은행권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비예금상품 기획·선정·판매 전 과정을 규율하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당초 지난달 말 은행연합회 이사회 의결을 받은 뒤 각 은행에서 바로 관련 내규로 반영해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쟁점을 놓고 합의가 지연되면서 의결도 밀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주도 초안에 대해 지난달 초 은행권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이달에는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초안에 따르면 새 가이드라인은 펀드·외환·신탁·보험 등 원금보장이 아닌 모든 상품에 대해 판매 전 과정의 최종 책임을 은행 이사회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은행마다 임원급 협의체인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설치하고 이곳에서 심의·결정한 내용을 대표이사와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원금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상품을 은행이 팔았다면 경영진과 이사회가 빠짐없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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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쟁점은 가이드라인의 적용 범위다. 초안은 예금·카드·대출과 변액보험을 제외한 보험상품만 빼고 모든 상품을 적용 대상으로 명시했다. 대신 원금손실·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은 상품이라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 제외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은행은 △최저보증약정이 있는 변액보험 △퇴직연금신탁·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처럼 초저위험 자산이나 투자상품이 아닌 자산으로 운용하는 신탁 △국공채·머니마켓펀드(MMF)·환매채(RP) △외화예금·대출 등 원금손실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품도 명시적으로 제외해달라고 건의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승인 방식으로 하면 은행마다 서로 제외 상품이 달라져 이로 인한 규제차익과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품설명 추가 교부, 녹취, 판매한도 설정 등 각종 추가 규제를 고려하면 비예금상품으로 지정되는 순간 판매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이미 투자경험과 손실흡수능력을 인정받은 전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가이드라인 적용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반발이 거센 게 변액보험이다. 변액보험은 보험료 일부를 펀드에 투자하고 운용실적에 따라 이익을 배분해주는 실적배당형이다. 다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상품이 최저보증약정 등으로 만기까지 유지하면 납입보험료 이상을 보증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납입원금을 보장하는 변액보험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방카슈랑스 채널이 사실상 막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금보장이 거의 되는 상품까지 동일하게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위원회가 직접 심의하는 상품의 범위를 좁히는 부분은 당국과 은행권이 합의를 이루고 있다. 당초 초안은 신규 비예금상품 판매에 관한 사항은 예외 없이 모두 상품위원회가 심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은행권은 상품 판매의 적시성·효율성을 고려해 직접 심의 대상을 △고난도상품 △위험도가 중간등급 초과인 상품 △사모펀드·해외대체투자펀드 판매로 한정하자고 제안했다. 나머지는 산하 부서장협의체에 위임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 위험도에 따라 (심의 규준을)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융통성 있게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김지영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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