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 수요 늘어 반갑지만...철광석 가격 급등에 원가부담 가중

[심층분석-중국에 울고 웃는 한국 철강업계]

中 철강재 가격 4월 이후 급반등

톤당 59만원서 이달 71만원 껑충

국내 유통가도 상승 기대감 커져

국내 수요산업 가격저항은 걸림돌

불황 탈출까진 갈 길 멀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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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강업계가 중국 때문에 울고 웃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는 중국은 올해 상반기 철강제품 주원료인 철광석을 쓸어담았다.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고, 원가 부담이 늘어난 국내 고로(용광로) 철강사들은 울상을 지었다. 중국이 철강 생산을 끌어올리면서 재고가 급격히 늘어 공급과잉 우려도 번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깊은 불황에 빠진 국내 철강업계에 ‘공중증(恐中症)’ 경보까지 덮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곤경의 원인인 중국이 희망도 주고 있다. 중국의 철강수요 확장이 국내 철강 시황 개선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재의 내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를 후행하는 국내 유통가도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비중이 높은 포스코 등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도 점치고 있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급 악화로 급락했던 중국 철강재 가격은 지난 4월 이후 급반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열연 제품 가격은 올 4월8일 톤당 3,427위안(약 59만원)으로 바닥을 찍고 이달 2일에는 톤당 4,098위안(약 71만원)으로 19.6% 상승했다. 중국의 열연 수출가격도 5월6일 톤당 400달러의 저점을 지나 이달2일에는 톤당 502달러로 25.5% 올랐다.

중국 철강 가격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과 인프라 건설 수요에 힘입어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 철강 소비와 연관성이 깊은 전방지표인 ‘건설 신규착공면적’의 경우 2018년부터 증가율이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올 5월부터 상승 전환했다. 6월과 7월에는 각각 전년보다 8.9%, 11.3% 늘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인프라 투자가 재정정책 등의 효과로 빠르게 개선된 것이다.

건설이 늘면서 중국의 철강 명목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3월까지만 해도 마이너스(-1.7%)에 머물렀지만 7월에는 전년보다 14% 늘며 가파른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기 부진에 크게 높아졌던 유통재고도 감소하고 있다. 4월에 전년 대비 증가율 65%를 기록했던 재고는 5~7월을 지나며 28%까지 낮아진 상태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철강 수요가 증가하면서 철강재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량은 급증하는 시황 개선 흐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철강 수급의 개선은 국내 철강 가격 상승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가격이 5월부터 오르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산 철강재 가격도 뛰고 있다. 국내 철강 수입량에서 중국산의 비중은 약 60%. 중국산 철강재가 상반기 국내 유통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면 하반기에는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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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업체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수출 비중이 약 50%인 포스코는 동아시아 철강 시황의 변화에 가장 빠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라며 “동아시아 철강 시황을 결정 짓는 중국의 수급 개선으로 포스코의 판매단가도 서서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국내 철강업계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철광석 ‘매점매석’에 따른 원가 부담이 여전히 수익성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21일 2014년 1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인 127.38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의 급등락은 철강업체의 수익성에 치명적이다.

철광석 가격은 중국 정부가 5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철광석 수입량을 크게 늘리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 철광석 수입량은 1억1,265만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나 늘었다. 여기에 브라질과 호주 등 주요 철광석 생산국이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수급이 더욱 빠듯해졌다.

조선·자동차 등 국내 수요 산업의 가격 인상 저항도 걸림돌이다. 철강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조선사와 완성차 업체들이 수주·판매 부진을 근거로 가격 인하 또는 동결을 요청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부진한 수요에 맞춰 생산을 줄이는 탄력생산을 실시하고 혹독한 원가절감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설비 매각까지 추진하는 등 제 살을 도려내는 체질개선 작업도 펼치고 있다. 이밖에 구매처 다변화와 가격·물량 조절 등으로 원자재 비용을 절감해 제조원단위 저감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수주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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