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적용되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앞으로 2주간 2단계로 완화한다. 영업제한으로 생계가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점·카페 등의 이용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방역의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13일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완화해 27일까지 연장하고, 위험시설의 방역을 보다 강화하는 정밀한 방역 조치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확진자 100명대지만 '완화' 택한 정부...서민층 큰 희생 강요 어려워 |
정부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예정대로 이날 종료된다. 정부는 지난 8월30일부터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등에서 오후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허용하고, 프랜차이즈형 커피·음료·제과제빵·아이스크림·빙수점 등에서는 테이크아웃만 하도록 했다. 이 조치는 시민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이동량을 크게 줄여 지난달 8·15 도심집회 이후 한때 400명대까지 급증했던 확진자 수를 100명대까지 떨어뜨리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 수가 100명대에서 횡보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방역 당국 입장에서는 상황이 만만치 않지만 정부는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선택했다.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자영업자·소상공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활방역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박 장관은 “현재의 수도권 거리두기를 계속 유지하기에는 영세한 자영업자와 서민층의 희생이 동반되는 문제가 제기돼왔다”며 “상황이 안정화되는 가운데 일부 서민층에 지나치게 큰 희생을 강제하는 부분은 거리두기의 효율성과 수용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띄워 앉고' '각자 먹고'...추석 전까지 제한적 2단계 시행 |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단계로 완화됐지만 엄격한 조건이 적용된다. 우선 프랜차이즈형 카페는 매장 내 취식이 다시 허용되는 대신 ‘좌석 한 칸 띄어앉기’ 등을 실시해 매장 내 이용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 수도권의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역시 9시 이후에도 취식을 할 수 있게 되지만,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테이블 내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이용자들이 각자 덜어 먹을 수 있도록 개인 그릇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수도권의 학원(300인 미만)·독서실·스터디카페·직업훈련기관·실내체육시설은 핵심 방역수칙 의무화를 유지하되 집합금지조치를 완화해 오프라인 영업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전국의 PC방 역시 미성년자 출입금지를 포함한 방역 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고위험 집합시설에서 제외돼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오는 27일까지 적용되며 핵심 방역수칙을 위반하면 집합금지조치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방역 당국은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이 다수 밀집한 의료기관·요양병원 등에 대한 방역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는 동안 환자가 병원에 입원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경우 진단검사 비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조치를 전국적으로 실시한다. 또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수도권 요양병원·요양시설의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표본 진단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 2주간 1시간 단축 영업을 해온 수도권 지역 은행 지점들도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정상화한다.
다만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2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2주는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하고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방역 당국은 “추석 연휴가 5일이나 지속되기 때문에 고향에 가지 않더라도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구체적인 조치는 환자 발생 추이와 지역사회 감염전파 위험도 등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