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 금수조치에 반격 벼르는 中...엔비디아, ARM 인수 제동걸듯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

퀄컴 NXP 인수도 中 거부로 무산

中 ARM체제 이탈도 가속화할듯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화웨이 금수조치라는 일격을 당한 중국이 미국에 대한 반격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중국은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의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영국 ARM 인수에 어깃장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ARM이 미국에 넘어가는 것을 순순히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과거에도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거부해 딜을 무산시킨 전례가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하는 계획에 대해 중국 당국이 기업결합 승인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RM의 본사가 있는 영국도 해당 인수합병(M&A)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6년 퀄컴은 470억달러에 NXP 인수를 시도했으나 중국의 승인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며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국가와 기업 간 전략적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딜 클로징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대규모 반도체 M&A를 두고 과거에도 충돌했다. 2016년 10월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퀄컴은 470억달러에 네덜란드 전장 반도체 회사 NXP를 인수하려 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2017년 11월에는 싱가포르 브로드컴이 미국의 퀄컴을 1,170억달러에 적대적 M&A하는 초대형 메가딜이 이뤄질 뻔했으나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미국은 브로드컴의 국적을 문제 삼았다. 퀄컴과 함께 미국의 양대 설계 업체였던 브로드컴은 2015년 싱가포르 반도체 업체 아바고에 인수됐고 아바고는 브로드컴의 인지도를 고려해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최고경영자이자 2대 주주인 혹 탄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고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해 중국계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에 미국 CFIUS는 그동안 퀄컴이 장악해왔던 4G나 5G 셀룰러 통신망의 주도권이 중국 화웨이로 넘어갈 것을 우려했다. 미 재무부도 “5G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인수 반대 의견을 냈고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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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ARM 이탈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RM이 엔비디아에 인수돼 미국 기업이 되면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참해 중국 기업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도를 넘겨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이 ARM과의 관계를 끊는 선제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ARM 대신 ‘리스크파이브(RISC-V)’ 같은 오픈소스 기술을 대안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팹리스 업체들의 낮은 기술 수준이다.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도 ARM의 설계를 이용해 기린 칩을 만들어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ARM의 설계기술 없이 독자적인 고성능 AP를 만들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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