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소액투자자들의 주주제안도 제한하기로 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EC는 현재 2,000달러(약 234만원)인 주주제안 주식보유 요건을 1년간 2만5,000달러로 10배 이상 늘린 규정개정안을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다만 새 규정은 주식 보유 기간이 2년일 때는 1만5,000달러, 3년일 때는 2,000달러로 보유 기준액을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투기 성향이 강한 단기 보유자의 경우 주주제안 요건을 강화한 반면 장기주식 보유자의 경우 완화한 것이다. 아울러 소액투자자들이 모여 주주제안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주주제안이 다시 제출되기 위해 필요한 투표 비율도 올렸다.
이번 조치는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규정을 적용하면 올해 최소 9건의 주주제안이 제기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한 기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에서 승인됐던 개인투자자 제안들의 최대 4분의3가량이 배제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WSJ는 이번 개정안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ESG(환경·사회적책임·기업지배구조) 이슈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다수 기업은 ESG 이슈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편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 SEC 결정에 찬성표를 던진 제이 클레이턴 위원장과 공화당 측 위원 2명은 기업 압박을 목적으로 주식을 사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클레이턴 위원장은 이미 취임 초에 소액주주들이 기업경영에 관여하는 부분을 살펴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SEC 위원인 앨리슨 헤렌 리와 캐롤라인 크랜쇼는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이 주주제안에서 배제된다며 이번 결정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