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 조정이 뇌관이 되면서 국내 증시도 큰폭으로 하락해 2,300선이 무너졌다. 오르는 종목만 올랐던 그간의 양극화 증시도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일컬어지는 주도주가 강력한 조정을 받자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개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예전과 달리 지수 지지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주춤했던 외국인 매도세가 재개되면서 수급도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59%(60.54포인트) 급락한 2,272.70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종가기준으로 2,3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4% 넘게 빠지면서 800선이 위협받게 됐다.
코스피 지수를 2,450선까지 끌어올렸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도주들이 미국 기술주 조정에 맞춰 약세를 보이자 코스피 지수 역시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KRX BBIG K-뉴딜지수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3.51% 하락했다. 특히 테슬라 배터리데이의 영향을 직접 받은 2차전지업종의 하락 폭이 컸다.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전날보다 6.14%나 빠졌다. NAVER(035420)와 카카오가 각각 0.84%, 3.69% 하락한 가운데 LG화학(051910)(-3.02%)과 삼성SDI(006400)(-6.07%), SK이노베이션(096770)(-6.42%),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4.54%), 셀트리온(068270)(-6.02%) 등 기존 주도주들이 지수 하락률을 훌쩍 넘어서는 약세를 보였다.
개인들의 매수세는 이날도 계속됐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코스피 ‘방어군’으로서 역할은 하지 못했다. 개인들은 3,53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950억원, 1,53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전날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과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국 자본의 이탈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개인은 5조1,88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4조4,963억원, 외국인은 6,625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들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개인의 경우 12월 대주주 양도세 부과 리스크도 영향이 있을 테고 최근 변동성이 커지니까 일단 현시점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기술주 하락의 영향이 고스란히 국내 증시로 넘어오면서 한동안 따로 놀았던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의 동조화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0거래일 동안 코스피와 나스닥 지수의 상관계수는 23일 기준 -0.37까지 올랐다. 지난달 말까지 상관계수는 플러스를 기록하다가 이달 들어 마이너스로 떨어진 후 지난주(-0.74%)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비동조화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정도는 덜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3월 이후 집중적으로 공급됐던 유동성에 대해서는 이미 시장이 내성이 생긴 상황에서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미국에서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 선정을 둘러싸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면서 부양책 논의가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아울러 조정의 빌미가 됐던 미국 기술주의 추락도 단기적으로는 계속돼 국내에서도 지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변동성이 심화되는 상황이 이어지겠지만 다음주 진행될 미국 대선 1차 토론회가 증시의 단기적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미국 기술주 하락도 차순위까지 내려오고 있는 모습인데다 추가 유동성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큰 충격이지만 변동성 심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