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일상뿐 아니라 기업활동에도 큰 충격을 줬다.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거나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기업활동의 ‘잠시 멈춤’은 경제에 큰 타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지난 2·4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0%나 줄었다. 특히 제조업 매출액 하락률이 12.7%로 컸으며 맷집 좋은 대기업들도 비대면 업종을 제외하면 예외 없이 매출 축소를 겪었다.
민간의 혁신 동력이 약해지다 보니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리스크를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워 국가의 혁신 에너지 충전에 공공 부문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민생 안정을 위해 고용과 보건·교육 분야 안전망을 강화하듯 위기의 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정부와 공공 부문이 기업을 위한 안전망도 촘촘히 짜야 한다.
첫째는 디지털 기술 그물망이다. 흔히 DNA(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로 불리는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제조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이 산업 현장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활용할 수 있게 예산 지원은 물론 법제 마련, 인력 양성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둘째,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그물망이다.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 지난 1년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과정에서 수요·공급 기업 간,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협력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기도 했다.
한 기업이 직접 나서 다른 기업과 협업을 주도하기는 힘들 수 있으므로 공공 부문이 나서 이런 그물망을 짠다면 좋을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산업기술진흥원은 대기업과 공기업의 미활용 기술을 중소·중견기업에 무료 개방하는 ‘기술나눔’을 운영하는데 기업을 이어주고 상생 협력망을 구축한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셋째, 기업을 지원하는 유관기관들과 만드는 협력의 그물망이다. 기업이 필요한 자원은 인력과 자금·장비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제때 연결하려면 다양한 부처 혹은 기관과 연계해야 한다. 원천기술의 사업화까지 지원해주는 ‘이어달리기 R&D’, 원천기술과 상용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함께 달리기 R&D’가 대표적이다. 대학과 연구소는 물론 해외기관과도 협력해 기업 지원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게 힘쓰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 직면한 기업들이 각종 위기라는 비바람에 맞설 때 정부와 공공기관은 우산이 되고 외투가 돼야 한다. 특히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공공 부문이 다양한 기업 안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지런히 망(網)을 치고 있는 공공기관의 노력을 기업이 눈여겨봐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