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무리한 요구였던 ‘펭수’ 국감 출석 요구… 황보승희 의원 "안 나와도 돼"

다음달 EBS 국감에 펭수 참고인으로 채택되자

"제작진 출석으로 충분한데 캐릭터 부르나" 비판

국감 이벤트 전락 우려… '이슈 만들기' 시선 싸늘해

펭수가 ‘나는 나는 음악’을 부르는 유튜브 영상.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펭수가 ‘나는 나는 음악’을 부르는 유튜브 영상.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추진한 국회의원이 ‘시선 끌기 목적’이라는 싸늘한 여론에 안 나와도 된다고 한 발 물러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캐릭터를 국감에 부르는 일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 속에 한 초선 의원이 이슈 만들기 목적으로 돌출 행동을 했다는 빈축만 산 셈이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펭수는 다음달 15일 열리는 EBS 국감에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펭수를 참고인으로 부르려 한 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펭수가 인기를 끌고 바빠졌지만 수익 배분이나 휴식 면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황보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비판하는 댓글이 빗발쳤다. 누리꾼들은 “황보 의원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만큼 합당한 급여를 받는지 알고 싶다” “정무감각에 문제 있는 게 확실하다” “제작진, 사장 불러다 놓고 물어봐도 충분한데 세계 어느 나라 국회에서 캐릭터를 국감에 부르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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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펭수가 국감장에 출석할 수 있을지, 참석해서 제대로 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펭수가 과거 외교부, 보건복지부 등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국감장에서까지 그 콘셉트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캐릭터 연기하듯 답한다면 국감이 이벤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펭수는 프리랜서 연기자가 탈을 쓰고 연기하지만, 국감장에서 의원의 물음에 진지하게 답하면 캐릭터를 유지하는 세계관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펭수의 국감 참고인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글. /황보승희 의원 페이스북 캡처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펭수의 국감 참고인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글. /황보승희 의원 페이스북 캡처


EBS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공영방송으로서 펭수를 국감에 내보내기도 안 내보내기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참석하라는 요청을 아직 받은 게 없기도 하고, 펭수 참석 여부도 확정된 게 없어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만 펭수는 전날 유튜브를 통해 ‘나는 나는 음악’을 부른 영상을 공개했는데,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곡에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 날 사랑해줘’ 같은 가사가 담겨 있다.

논란이 커지자 황보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펭수는 참고인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아도 된다”며 물러섰다. 그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관심 받고 싶거나 펭수를 괴롭히고자 함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황보 의원은 펭수를 참고인으로 부르려 한 데 대해 “펭수 등 캐릭터가 EBS 경영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는데 캐릭터 저작권을 정당하게 지급하는지 수익구조 공정성을 점검하려고 했다”며 “그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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