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도서는 시장경제 대상 아냐”…작가 70% "도서정가제 유지·강화" 지지

한국출판인회의·한국작가회의 공동

내달 20일 도서정가제 일몰 앞두고

전국 작가 대상 관련 여론조사 실시

응답자 47% "작가 권익 신장에 도움"

작은서점 등과 상생, 최소한의 '안전장치'

논란에도 문체부는 "검토 중" 입장 유지

“도서정가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작가, 출판사, 작은 서점 등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도서는 시장경제 대상이 아니고 정신문화의 모체입니다.”(신현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도서정가제를 만들고 나서 저절로 나무가 자라듯이 1인 출판도 나오고, 작가들도 뭔가 열심히 하게 되고, 서점들도 생겨났습니다. 신기하게도 자발적으로…. 지금 정부는 시민의 자발성에 빚을 지고 있는 정부잖아요. 작은 씨앗들이 막 자라나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소설가 한강)

도서정가제 일몰 시점이 다음 달 20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작가들 10명 중 7명은 적어도 지금 수준으로 도서정가제를 유지하는 데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의거해 3년 주기로 재검토해야 하는데 올해 일몰을 앞두고 ‘싸게 살 수 있는 소비자 권리’와 ‘출판문화산업 보호·육성’이라는 서로 다른 의견이 맞서 있다. 이런 가운데 작가들이 출판계, 독립서점 등과 함께 ‘도서 정가제 지지’ 편에 선 것이다.


6일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는 지난달 말 국내 작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9.9%가 현행 도서정가제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39.5%는 현 제도를 ‘유지’, 30.2%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가 권익 신장에 대한 도서정가제에 대한 기여도에 대해서도 ‘도움이 된다(47.1%)’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33.0%)’보다 응답률이 1.5배 높았다. 설문 대상은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 2,300명과 한국출판인회의가 명단을 제공한 비문학 작가 1,200명이었으며 이들 중 1,135명이 응답했다. 신뢰도는 95%, 표본 오차 ±2.9%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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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가 가장 도움되고 있는 분야(복수 응답)로는 △가격 경쟁의 완화(62.85%) △작가의 권익 신장(58.5%) △동네서점의 활성화(54.8%) △신간의 증가(31.7%) △출판사의 증가(18%) 등이 꼽혔다. 응답자의 85.1%는 출판문화산업이 단순히 시장경제의 한 분야가 아닌 ‘지식·교육·문화 산업의 근간으로 보호되고 육성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소설가 한강 등 일부 작가들은 도서정가제 지지를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강은 “도서정가제가 개악이 됐을 경우 이익을 보거나 뭔가 무엇인가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일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많은 걸 잃게 될 텐데 주로 작은 사람들, 출발선에 선 창작자들, 작은 플랫폼 가진 사람들, 뭔가 자본이나 상업성을 넘기 위해 모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인 박준도 “숲은 숲대로 있어야 하고, 도심은 도심대로 있어야 한다. 숲과 도심의 경계가 바로 도서정가제”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김학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앞서 실시한 출판사, 서점, 독자 대상 여론 조사까지 종합해보면 85% 이상이 출판문화산업을 지식, 교육, 문화 산업의 근간으로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소모적이고 반문화적인 ‘책값 추가 할인’ 요구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판계는 문체부가 지난해 7월 출판·전자출판·유통·소비자 단체 등 13곳 대표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도서정가제 유지를 합의했었음에도 최근 ‘소비자 후생’을 내세워 도서정가제를 ‘재논의’ 트랙에 올린 것을 두고 도서 할인 폭을 키우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체부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세부방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출판산업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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