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당국자가 국정감사에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BTS 멤버들의 병역문제 논쟁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BTS 멤버들에게 병역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집권여당 대표가 이를 일축했기에 큰 논쟁거리가 되긴 어려웠지만,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병역 의무에 대한 사회의 엄격한 기준이 이들에게만 관대하리라 보기 어렵기에 이를 섣불리 추진하기도 어렵다. 팬들 사이에서도 정쟁으로 소모될 뿐이라며 싸늘한 반응이 대다수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련 질의에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연기와 특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하자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순수예술과 체육 외에도 대중문화예술인도 특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이 있다”며 “병역 상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전 의원이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을 연기할 기회를 주도록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에 대해선 “국회에서 논의가 잘 됐으면 한다.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대중문화예술인도 국위선양의 경우 대체복무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한 것으로 읽힌다. 전반적 대중예술인이라 언급했지만 결국 BTS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 68조 11항을 보면 병역특례 대상을 ‘예술·체육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내외 예술경연대회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 1~3위로 입상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예술·체육요원(보충역)으로 편입돼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이수하고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하지만, 복무 기간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다.
이 범위를 대중문화예술인으로 넓히자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BTS가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달성하면서 불거졌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지금의 병역특례제도는 50년 전에 만들어진 제도”라며 “반세기가 지나며 예술을 분류하는 시각의 변화는 상전벽해에 가깝고, 대중문화예술인의 국가 기여도는 과거에 상상조차 못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병역특례는 군 면제가 아닌 대체복무”라면서 “군 복무는 하지만 국익에 도움되는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손흥민은 되는데 왜 BTS는 안되냐”며 “밥 딜런은 노벨문학상도 받는데 왜 우리는 딴따라로만 보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대중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다. 사회적으로 병역 의무는 건드려선 안 될 ‘역린’으로 통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특례 제도를 두고 거센 비판여론이 일었던 게 불과 1년여 전이다. 축구선수 장현수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특례 혜택을 받았지만 봉사 시간을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국가대표에서 제명됐다. 제도의 폐지론까지 나왔고, 정부는 작년 11월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개정안을 냈다.
박 장관도 국방부와 병무청 등 관계기관 논의가 필요하며 국민 정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할 사항으로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BTS 멤버들은 군입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맏형 진은 올 2월 기자회견에서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다 보니 팬들도 싸늘하다. 멤버들이 군복무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민감한 병역 문제가 정쟁에 이용되는 게 반갑지 않다. 트위터 등에서 팬들은 “본인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정치권에서 나서나. 타당한 근거를 들고 제안하든가” “신경 끄고 본인 집안 단속이나 잘 하시라” 등의 반응이 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