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9월 가계대출도 역대급 증가...대세는 '변동금리'

지난달 가계대출 9.6조↑

9월 기준 역대 최대폭 증가

8월 신규 대출액 67.1%가 변동금리

"금리 오를 가능성 적다" 관측 많고 신용대출 급증 여파

전문가 "금리 상승기 오면 이자부담 커질 우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은행에서 한 시민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은행에서 한 시민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가계대출이 한 달 사이 10조원 가까이 폭증하면서 9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8월 가계대출의 약 70%는 변동금리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에 따라 이자부담이 달라지는 것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이자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상승한다면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셋값 급등에 카겜 영향...9월 가계대출 역대 최대 증가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57조 9,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9조 6,000억원 급증했다.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월별 증가폭을 기록한 8월(11조 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의 증가다. 9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세부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6조 7,000억원,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3조원 증가했다. 6~7월 중 늘어난 주택 매매가 시차를 두고 실행으로 이어졌고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자금대출도 9월에 3조 5,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기타대출은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주택 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했다.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8월 67.1%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49.4%)보다 17.7%포인트 뛰었다. 8월 신규 가계대출액의 약 67%가 변동금리로 집행됐다는 뜻이다. 반면 고정금리 비중은 같은 기간 50.6%에서 32.9%로 뚝 떨어졌다. 잔액기준으로도 67.4%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해 6월(67.7%)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통계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과 인터넷·지방·산업·기업·농협·수협은행의 주택담보·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조사 시점에 고정금리 상환 방식이 적용되는 대출은 고정금리로, 변동금리 상환이 적용 중인 상품은 변동금리에 포함시켰다.





금리 상승기 땐 이자폭탄 우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저금리가 계속된다는 분석이 많아지면서 적어도 금리가 크게 오를 일은 없다고 보는 대출자들이 변동금리로 대출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예를 들어 연 2.5%로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얼마 후 2.0%에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면 손해라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신용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인데, 최근 ‘영끌’,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는 ‘빚투’ 여파로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변동금리 비중을 높였다.

문제는 금리가 상승할 경우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라고 권고해왔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이자 상환 부담도 갑작스럽게 늘어나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신규취급액, 잔액 기준 모두 70%에 육박하는 등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년 이후 금리 상승기가 온다면 가정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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