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해 대통령 지위를 잃으면 각종 민·형사소송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 및 소송에 ‘대통령의 법적 지위’를 내세워 대응해왔지만, 재선에 실패하면 방어막이 사라지면서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은 트럼프 대통령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선거캠프가 과거에 트럼프 대통령과 불륜관계였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입막음용 돈을 건네는 과정에 그룹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룹이 금융·보험사기와 탈세를 저질렀는지 여부도 수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맨해튼지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8년 치 납세자료를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형사소송에서 대통령의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해왔다.
그는 납세자료를 제출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최근에는 연방대법원에 자료제출을 막아달라는 긴급요청서를 냈다. 맨해튼지검과 별개로 뉴욕주 검찰도 트럼프그룹이 대출과 탈세 목적으로 자산가치를 부풀리거나 줄였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주 검찰은 이달 초 그룹 부대표인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를 조사했다. 에릭은 선거운동으로 바쁜 상황이고 자신의 진술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대선 이후로 조사를 미룰 것을 요구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잡지 칼럼니스트 진 캐럴이 제기한 성폭행 의혹을 부인하면서 “내 타입이 아니다”라고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도 피소됐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대통령이 직무수행 중 성폭행 의혹에 대응하다가 명예훼손소송을 당했다”면서 피고를 트럼프 대통령에서 정부로 바꿔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정부는 명예훼손 소송의 피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이 법무부 요청을 받아들이면 소송은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인 시절 진행한 TV쇼 ‘어프렌티스’ 출연자 서머 저보스가 제기한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인신공격을 가했다는 이유로 역시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은 헌법에 따라 주법원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봇물 터지듯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수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