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제재 대상에 신규 편입되는 388개사 중 5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매각금액 10조8,000억원은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56개 상장사 시가총액의 9.1%에 이른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30% 보유한 상장사와 규제 대상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자회사를 신규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가 상장사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추거나 규제 대상인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 이하로 낮춰야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이처럼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56개 상장사가 팔아야 하는 지분의 가치가 10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규제를 위반할 경우 관련 매출의 최대 10% 과징금과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개정안 통과 시 A사의 경우 자사 시가총액의 25%에 달하는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매각주식의 가치는 3조원이 넘는다. 대량의 지분을 일시에 매각할 경우 주가 변동과 소액주주의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 뒤 2015년 1월 총수 일가 지분 매각을 시도했는데 이날 주가는 15% 급락했다.
전경련은 또 56개 상장사의 전체 매출에서 계열사 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8.7%에 불과해 더 이상 줄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거래는 비계열사 간에 이뤄졌고 기업들은 보안 유지와 안정적 공급선 확보, 제품의 효율적 생산 및 판매 등 필수적인 경우에 한해 계열사 간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삼성생명은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에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했는데 위탁이 제한될 경우 보험료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아울러 개정안 시행 후 1년인 규제 유예기간 안에 거래선을 바꾸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들은 지분을 매각해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