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명을 밑돌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지만 출산지원정책은 아직도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하다. 특히 임신부들이 입덧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값이 한 달에 최대 20만원대에 달할 정도로 비싸 비용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23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입덧 의약품은 3종류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의약품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약값이 비쌀뿐더러 약국마다 책정하는 가격도 다르다. 서울 소재 7개 약국에 대표적 입덧 의약품인 H사의 D제품 가격을 문의한 결과 하루 두 알을 복용할 경우 한 달에 10만~12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심한 경우 하루 네 알까지도 복용하는데 이때는 약값이 20만~24만원에 달한다. 내년 2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양모(30)씨는 “항상 약을 남편이 사다준 탓에 아무것도 모르고 힘들 때마다 복용했는데 얼마 전 약값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그 뒤로 아무리 힘들어도 약값이 떠올라 조금 더 참고 아껴먹게 되더라”고 토로했다.
해당 비용 부담을 경감해주려면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비급여 의약품이 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제약사가 먼저 급여화 등재를 요구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여러 기준을 따져 급여화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정부 당국과 제약 업계는 모두 급여화 추진에 소극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입덧 의약품이 비급여 대상이라 약값이 만만찮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제약사가 먼저 신청하지 않으면 급여화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사실상 공을 제약 업계로 넘겼다. 제약 업계는 제약 업계대로 건보 급여화가 이뤄지면 이런저런 규제를 적용받게 되는 탓에 신청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약사 H사 측은 ‘급여화 등재신청 계획’을 묻자 “북미에서는 국내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허가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과 개발사 라이선스 비용 등을 부담해 어렵게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입덧은 임신여성의 50~80%가 경험하는 보편적 증상이다. 대부분 12주 차가 되면 증상이 잦아들지만 심한 사람은 임신기간 내내 지속된다. 물조차 마실 수 없을 정도로 구토가 심하거나 탈수 증세가 심해 체중이 빠지는 일부 임산부들은 약 처방을 받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경험상 입덧 증상자 가운데 대략 5~10% 정도가 의약품 처방을 받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