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민의힘을 향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위헌기관으로 간주하는 인사 추천내정을 철회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의 최후통첩 하루 전날인 전날 국민의힘이 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 협력하기로 했지만 강성보수 인사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공수처가 순탄하게 출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두 분을 곧 제시할 것”이라며 “내정된 것으로 보도된 한 분은 세월호 특조위 방해 의혹으로 유가족들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야당의 두 분 추천위원 배정한 것은 공정한 인물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것으로 그 제도를 혹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당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 추천위 구성대로 공수처장 임명절차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힘의 공수처 추천위원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에서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데는 국민의힘의 추천위원 내정이 유력한 임정혁 변호사와 이헌 변호사는 모두 ‘보수강성’인사로 이름이 높다는 점에서다. 임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대검찰청 공안부장 등을 지낸 공안통으로 ‘구공안’의 막내 세대로 분류된다. 이 변호사 역시 리버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맞선 우파 변호사 조직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산파역을 맡는 등 법조계의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손꼽힌다.
국민의힘, '강성보수'인사 내정에 경계감 늦추지 않는 與
결국 추천위가 출범한다 해도 공수처 출범까지는 ‘산 넘어 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추천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7명(법무부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으로 꾸려지는데, 추천위가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되는 구조다. 추천위가 위원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추천한 위원 2명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면 누구도 후보로 추천이 될 수 없게 된다. 국민의힘 추천위원들의 ‘비토권’을 보장한 것인데 추천이 유력한 인물이 모두 강성보수 인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추천위 출범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까닭에 민주당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 수석대변인은 전날에도 SNS를 통해 “공수처장 추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도돌이표식 지연전술로 공수처 출범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야당이 추천할 추천위원이 ‘공수처 방해위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계속 어깃장을 놓으면 ‘공수처법 개정안’ 카드를 꺼내 야당 몫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추천위 인사가 협상보다는 충돌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편, 민주당은 자당 몫 추천위원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상임집행위원인 박경준 변호사와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26일께 야당 몫 추천위원을 확정해 명단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