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8)는 12번홀(파4) 보기로 앞 조의 상금순위 1위 김효주(25)에게까지 2타 차로 쫓겼다. 13번홀(파4)에서는 같은 조 허다빈(22)에게 버디를 얻어맞아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홀에서 장하나 특유의 ‘주먹 불끈’ 세리머니가 나왔다. 14번홀(파3) 아이언 티샷을 1.5m 안쪽에 붙여 버디를 떨어뜨린 장하나는 이 홀에서 보기를 범한 허다빈을 비롯한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2020시즌 출전권을 가진 선수 중 최다승 2위 기록의 ‘터줏대감’ 장하나가 통산 우승을 13승으로 늘렸다. 1위는 현재 일본이 주 무대인 20승의 신지애. 장하나는 1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6,684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에서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우승했다. 상금은 1억6,000만원. 1,000만원 상당의 템퍼 모션베드·매트리스도 받았다.
12승에서 13승까지는 1년이 걸렸다. 지난해 10월27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10월에만 3주 사이에 2승을 수확해 상금 2위·평균타수 2위에 올랐던 장하나는 가을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상금 13위에서 7위로 올라선 그는 다음 주 하나금융 대회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통산 13승 중 7승이 가을(9~11월)에 터진 우승이다. 이쯤 되면 ‘가을 하나’라는 별명을 붙일 만하다. 대회 내내 알 수 없는 바람과 까다로운 핀 위치,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 출전 선수 대부분이 고전을 거듭했지만, 장하나는 2라운드부터 ‘위닝 멘털리티’를 끄집어내 2위와 2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4승을 거둔 미국 무대에서 2017년 유턴한 뒤에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관록을 필드에 고스란히 쏟아냈다.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과 ‘스마트한’ 우드 티샷을 적절하게 섞고 그린에서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결정적인 먼 거리 퍼트를 쏙쏙 넣었다. 장하나는 가을에 유독 강한 이유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가을의 여왕이다’ ‘가을에 넌 항상 그렇듯 잘할 거야’라고 믿음과 확신을 주셔서 가을이면 더 자신 있게 플레이하게 된다. 그 결과 좋은 성적도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날 선두에 7타나 뒤진 공동 30위였던 장하나는 2라운드에 ‘데일리베스트’인 4언더파를 몰아쳐 단숨에 선두와 3타 차의 공동 3위로 솟구쳤다. 3라운드에도 데일리베스트(2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오르더니 마지막 날 숨 막히는 우승 경쟁 끝에 최후 승자로 우뚝 섰다. 챔피언 조가 5홀을 남길 때까지도 선두부터 1·2타 차 추격자들이 7명이나 몰린 혼전이 펼쳐졌지만 장하나는 14번홀에서 잡은 2타 차 리드를 끝내 지켜냈다.
한때 최민경에게 2타 차로 밀렸던 장하나는 티샷을 268야드나 보낸 6번홀(파4)에서 8m 버디 퍼트를 넣어 공동 선두를 회복했다. 이어 가장 어려운 7번홀(파4)에서 아름다운 벙커 샷으로 파를 지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8번홀(파4)에서는 완만한 내리막 경사에 13m나 되는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2타 차로 달아났다.
상금·평균타수 1위에 다승(2승) 공동 1위인 김효주는 5언더파 공동 2위(김지현·박민지·전우리)에 올라 전관왕 가능성을 이어갔다. 10번홀(파5) 89m 샷 이글로 앞선 더블 보기 실수를 지운 김효주는 버디 2개를 보태고 대회를 마감했다. 상금 2위였던 박현경이 6오버파 공동 31위로 처진 가운데 시즌 종료까지 이제 2개 대회만 남겼다.
장하나와 같은 조에서 데뷔 첫 우승에 도전했던 최민경과 허다빈은 각각 3타, 2타를 잃고 나란히 3언더파 공동 6위로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은 1타를 줄인 2언더파 8위다. 시즌 첫 승은 또 미뤘지만 7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으로 대상(MVP) 3연패 가능성을 키웠다. 이틀 연속 단독 선두를 달린 뒤 선두와 2타 차 4위에서 출발한 신인 김유빈은 3타를 잃어 1언더파 공동 9위로 마감했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