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한 시간 지나도록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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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동네에서 돈을 주웠다


꼬깃꼬깃한 삶이 느껴졌다

주워도 시원찮을 사람이 잃었을 돈이었다

지갑 하나 못 가졌을 사람의 돈이었다

주운 만큼 더해 돌려주고 싶은 돈이었다

무엇에 놀라 내던지고 갔을 돈이었다

그땐 종이쪽 같았을 돈이었다

차곡차곡 간추려 들고 서 있었다

문짝 없는 장롱에 기대서 있었다

골판지를 깔고 앉아 기다렸다

아무도 달려오지 않았다

ㅇ



예나 제나 돌고 돌아 돈이라 하더군. 처음엔 세상 물정 모르고 빳빳했지. 에끼, 덥석 움켜쥐는 손을 베려고 했소. 작정한 암행이나 감당하기 어려웠소. 비싼 가죽지갑부터 싸구려 비닐지갑까지 사람들 깊은 품속 드나들었소. 백화점도 다니고 노름판도 다녔소. 자린고비도 만나고 건달도 만났소. 땀이 밴 가장의 품삯도 되고, 가슴 설레는 아이의 용돈도 되어봤소. 차곡차곡 간추려 주니 고맙소. 이제 사대문 밖 사정을 손금처럼 알게 됐소. 날 경복궁으로 데려가 주시오. 꼬깃꼬깃한 사연은 게서 펼치리라. 내가 누구냐고. 퇴계 다섯이면 율곡이요, 율곡 둘이면 바로 나 아니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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