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이달 학업 성취도평가 ...'코로나 학력격차' 얼마나 될까

내년 2월께 결과 공개되지만

중3·고2 대상 3% 표집방식 탓

지역간 학력 비교·분석 힘들듯

코로나發 교육공백 증명 한계

"전국단위 평가시스템 필요" 지적

지난 9월16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서울경제DB지난 9월16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서울경제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학력 격차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기초학력을 측정하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이달 25일부터 치러진다. 두 차례 연기로 해마다 11월 공개되던 결과가 내년 2월에나 나와 당장 ‘코로나 학력 격차’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계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평가가 축소되고 학력 격차를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가 부족해 평가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평가원은 오는 25일과 26일 각각 고2와 중3을 대상으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진행한다. 이 평가는 해마다 표집조사 방식으로 2개 학년에 대해 국어·수학·영어 등 일부 과목의 성취도를 본다. 중3 평가 범위는 중 1~2학년 전 과정과 3학년 1학기 과정이며 교과별 45분간 진행된다. 고2의 경우 국어·영어는 범교과, 수학은 고교 과목에 한정해 교과별 50분간 평가한다. 절대평가 방식으로 1~4단계로 구분한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력 격차 심화 우려가 확산됐지만 정작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찾기 힘들었다. 일부 학생만 대상으로 하는 표집 방식이기는 하지만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년 대비 높아지면 중상위권과 하위권 간 학력 격차를 증명하는 공식적인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지난 8월2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이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8월2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이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달 학업성취도평가가 치러져도 당장 학력 격차를 확인하기는 힘들다. 평상시에는 매년 6월 평가를 보고 11월 결과가 공개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6월→9월→11월로 평가일이 두 차례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과도 내년 2월에서야 공개될 예정이다.

학업성취도평가와 함께 학력을 점검할 수 있는 지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꼽을 수 있지만 당장 활용하기는 어렵다. 이 조사가 3년 주기로 발표되는데 다음 조사가 2021년 이뤄지는데다 결과도 2022년 말께나 나오기 때문이다. 이 평가가 회원국 간 학력 비교를 통해 국가 간 학력 격차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학업성취도평가와 성격도 다르다.


각 시도 교육청이 별도로 기초학력 진단을 하지만 학교마다 자체적으로 학습 부진아를 추리고 평가·지원하는 시스템이어서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평가는 학교별로 방식과 기준이 달라 실질적인 분석과 지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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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가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그동안 교육기관·교원단체가 공개한 학력 격차 설문결과는 인식 조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설문에서 교사의 79%가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격차가 확대됐다고 답했지만 이는 교사의 느낌에 근거했을 뿐이다. 수도권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심증만 있을 뿐 학력 격차를 증명할 객관적 데이터가 나오기는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연욱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코로나19로 교육 격차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많고 부총리부터 교육감까지 이구동성으로 격차를 언급하는데 (증명할) 데이터는 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능 및 모의평가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학력 격차 징후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입시기관들은 절대평가인 영어 성적이나 표준점수 분석을 통해 격차가 벌어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어 상위 등급 비율이 줄고 중하위 등급은 늘어난 점에서 격차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업성취도평가로 전반적인 학력 격차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평가가 축소됐고 ‘학생 줄 세우기’라는 교원단체 반발에 부딪히며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유지됐던 전국 단위 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중3·고2 대상 3% 표집 방식으로 바뀌며 지역 간 비교·분석이 불가능해지고 신뢰도도 떨어졌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초3·중1 전체를 대상으로 기초학력평가 실시를 결정하자 진보 교육단체는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로 상·하위권, 도시·지방 간 교육 격차가 벌어졌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줄 세우기’ 논란을 멈추고 학생들의 학력을 진단할 수 있는 기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학업 상태는 교사들이 가장 잘 안다. 교사가 학력 격차가 벌어졌다고 느낀다면 실제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의 전체 학력평가를 통해 교육과정별로 요구하는 성취 요소를 학생들이 달성했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도 “교육과정에 맞게 기초학력을 측정할 수 있는 전국 단위 문항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초학력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학습부진아 교육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제28조에 따라 교육청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 제약 등의 이유로 선별적 지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지난 20대 국회 때 개념 정의, 5년 단위 종합계획 수립, 재원 확보 등을 명시한 기초학력 보장법을 발의했으나 폐기됐고 올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법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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