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정부의 오락가락 재산세 행보에.. 국민 피로도↑

공시가 6억 이하 주택 재산세율 0.05%p인하

공시가율 현실화로 세율인하 혜택 사실상 '제로'

6억 초과 주택 보유자들도 불만

생색내기용 정책에 시장 피로도만 가중




당정청이 ‘부자감세’에 대한 비판과 ‘서울 중산층의 반발’ 사이에서 재산세율 0.05%포인트 감면 혜택을 원안대로 공시가 6억원 이하 주택에게만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며칠간의 행보를 보면 청와대와 정부는 서민 세금 부담 완화가 목적인 만큼 재산세율 감면 혜택을 공시가 6억원 이하의 주택에게만 부여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여권은 서울시장 선거 등을 앞두고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공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으로까지 세율 감면 대상을 확대하자며 맞서왔습니다.

하지만 당정청은 지방세인 재산세 세율 인하로 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와,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세제 혜택까지 부여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세금 감면 대상을 공시가 6억원 이하 주택으로 결정했습니다.


당정청은 과연 최선의 결정을 한 것일까요. 시장 반응만 놓고 보면 오히려 ‘생색내기용’이라며 불만만 더 커지는 모습입니다.

7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내년부터 0.05%포인트 인하합니다. 이를 통해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는 최대 3만원의 재산세를 감면받으며 △1억~2억5,000만원 이하 주택 보유자 3만~7만5,000원 △2억5,000만~5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 7만5,000~15만원 △5억~6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 15만~18만원의 재산세를 각각 감면받게 됩니다. 다만 정부가 이야기한 주택 가격은 공시가격이기 때문에 시세는 이보다 2~3억원 가량 높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와 관련해 각 지자체에서는 세수 감소 우려를 우선 제기합니다. 실제 정부는 1인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1,086만호 중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이 1,030만호(94.8%)인만큼 연 4,785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년간 약 1조4,400억원 규모입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걷어 재산세 인하로 세수 타격이 예상되는 지자체를 지원해 달라는 요구까지 나옵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초자치단체는 재산세 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율이 조금만 낮아져도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며 “대안으로 내년 종부세 증가분을 재산세 수입 감소로 고통 겪는 기초지자체들에 배분해주는 방안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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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재산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재산세 관련 세수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지자체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한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율을 공동주택은 올해 69%에서 2030년까지 90%로, 단독주택은 올해 53.6%에서 2035년까지 90%로 끌어올리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1주택 보유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시세 9억원(공시가 약 6억원 이하) 미만의 주택 현실화율은 향후 3년간 공동주택(연 3~4%)과 단독주택(연 3~7%) 대비 낮은 연 1~1.5%로 유지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공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가구의 재산세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재산세율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 1주택 가구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정부 발표 대로라면 공시가 6억원 주택을 보유한 가구는 18만원의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는 반면 6억 100만원 주택 보유자는 감면 혜택을 한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주택 가격 상승 추이 및 공시가 현실화율을 감안하면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 탈락하는 가구도 향후 3년간 늘어날 전망입니다. 정부가 재산세율 감면 혜택을 공시가 9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 적용했을 경우 공시가 6억~9억원 사이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1인당 18~27만원의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당정청의 이번 결정은 지난 2008년 고가 주택 기준을 ‘시세 9억원’으로 정한만큼,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감세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공시가격 6억원 아파트의 경우 시세로는 9억원을 상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최근 3년간 주택가격 급상승으로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무주택자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 서초구 등에서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아파트가 15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결국 재산세율 인하안을 놓고 한달 가까이 결론을 못내며 시장 혼란만 부추기고 결국 ‘생색내기’용 정책으로 면피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정부에서 공시지가 현실화율과 보유세를 강화하다 보니까 조세저항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당근을 던졌는데 효과가 너무 미비해서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 보인다”며 “결국 정부가 생색만 내는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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