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사기 사건의 가장 흔한 경우는 분양 계약의 주체가 아닌 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해 분양 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다. 분양 주체인 시행사 대표 개인에게 입금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최근 경기도의 어느 전원주택의 경우에는 세입자들이 시행사에게 전세보증금을 입금했는데, 결국에는 토지소유자인 경기도시공사로부터 명도 소송을 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가장 혼선을 빚는 경우 중 하나는 신탁된 부동산이다. “신탁된 부동산의 분양계약은 누구와 해야 하는가”라 묻는다면 “‘신탁사’와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시행사’와 해도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신탁은 여러 장면에서 등장한다. 신탁사가 담보신탁이나 단순 관리신탁의 수탁사인 경우, 분양 주체는 시행사다. 그러나 신탁사가 부동산개발의 주체가 되는 ‘토지신탁(또는 개발신탁)’의 경우에는 신탁사가 분양 계약상 매도인(분양자)이 된다. 신탁부동산의 대외적인 소유권자는 신탁사이므로 신탁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률상 원칙이다. 신탁의 종류가 ‘담보신탁’이나 ‘분양관리신탁’에 불과한 경우 시행사 명의로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반드시 분양대금의 입금계좌는 신탁사여야 한다.
부동산개발사업에서 신탁을 결합시키는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시행사의 채권자들로부터의 강제집행을 방지해 부동산개발사업을 종결 시까지 안정적으로 지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신탁재산에 대해선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보전처분을 할 수 없다는 신탁법 규정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보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시행사에게 분양대금 반환 청구권이 있어도 시행사의 자산이 신탁돼 있어 강제집행을 하기 어렵다는 한계로 작용한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에 의하면 분양계약서에는 반드시 준공예정일 또는 입주예정일이 기재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분양 계약상의 입주예정일에 입주가 불가한 경우 대략 3개월 이상의 지연이 있으면 계약 해제 사유로 인정되는 추세다. 따라서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수분양자들은 준공 연기 사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분양대금을 돌려받으려 한다.
이 경우 시행사의 자산인 부동산이 신탁돼 있으므로, 부동산 그 자체는 신탁재산이라는 이유로 강제집행이 금지된다. 그러나 채무자인 시행사는 신탁계약상 위탁자 겸 수익자의 지위에서 신탁계약상의 권리가 있으므로, 채권자들은 시행사의 수익권에 가압류할 수 있다. 이는 채권가압류의 일종이나, 법원은 공탁금 액수의 산정에 있어서 이를 부동산가압류의 일종으로 판단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수익권이란 결국 시행이익을 말하므로 장래에 시행이익이 0에 가까운 사업이라면 이 또한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에도 부동산개발과 신탁의 구조를 잘 아는 법률전문가는 채권자의 수익권가압류를 해지하여야만,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한 금융기관이나 신탁사 및 시행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절묘한 타이밍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