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무늬만 3%룰 완화로는 경영권 침해 막을 수 없다

여당이 상법 개정과 관련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방식을 유지하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3%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각각 3%씩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당내 ‘공정경제(기업규제) 3법 TF’의 건의안을 토대로 당정청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한다. 여당이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이나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경제계의 의견 일부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기업규제 3법을 강행할 명분을 찾으려는 것이다.


여당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경제계에는 ‘무늬만 양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여당안대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3%를 개별 적용한다고 해도 지배주주의 행사 지분이 다소 늘 수 있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3%룰’을 개별 적용해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연기금 등을 합한 국내 지분의 총 의결권은 17.7%로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의 총 의결권 27.6%에 턱없이 못 미친다. 개별 적용하더라도 전체 상장기업 가운데 경영권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기업은 무려 120개에 이른다. 오죽하면 상장회사협의회가 “기업규제 법안이 강행되면 ‘전월세대란’ 수준의 경영권 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겠는가. 여당은 모회사의 소액주주에게도 자회사 임원에 대한 소송을 허용하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요건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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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미 공시제도, 강력한 배임죄 등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규제를 촘촘히 두고 있다. 글로벌 경제전쟁 속에서 각국이 자국 기업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우리만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 법안으로 기업들에 족쇄를 채우려 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경제민주화’로 포장한 규제 3법을 철회하고 친시장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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