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7년만의 이적 정규 6집 'Trace', 패닉부터 솔로까지 음악 '흔적'을 짚다

타이틀곡 ‘돌팔매’ 등 12곡, 패닉·긱스, 솔로앨범 색채 아울러

대표곡 '왼손잡이' 25년 후 이야기인 '돌팔매', "패닉 감성" 대변해

6집 ‘Trace’를 발매한 가수 이적. /사진제공=뮤직팜6집 ‘Trace’를 발매한 가수 이적. /사진제공=뮤직팜



가수 이적이 지난 2013년 ‘고독의 의미’ 이후 7년만에 정규앨범 ‘Trace’를 들고 대중 앞에 섰다. 올해는 이적이 김진표와의 듀오 ‘패닉’으로 데뷔한 지 25주년이다. 그는 흔적이라는 뜻의 앨범 제목을 따라가듯 패닉 시절부터 솔로 뮤지션으로 자리 잡은 현재까지 그 동안 걸어왔던 음악적 흔적을 되짚어간다.

이적은 지난 11일 총 12곡이 담긴 6집 ‘Trace’를 발매했다. 이미 공개된 바 있는 ‘나침반’, ‘숫자’, ‘당연한 것들’도 포함됐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타이틀곡 ‘돌팔매 (feat. 김진표)‘를 비롯한 열 두 곡의 노래에 시간을 내어 귀기울여주실 여러분이 제가 음악하는 이유”라며 “노래가 여러분께 아름답게 닿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요 음원사이트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는 이번 앨범에 대해 ‘패닉’ 시절 느낌이 살아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도발적 가사의 앨범 첫 곡 ‘물’부터 그렇다. ‘한눈 팔지 말고 나만 봐줘요/아직 나는 잔뜩 목이 말라요’라고 청자를 잡아끌더니 ‘물 물 물 물 물 물 좀 줘요/목 목 목 목 목말라요/내 머리가 흠뻑 젖게 해 줘요’라고 소리친다. 이적은 이 곡에 대해 콘서트장에서 물을 마시다가 구상하게 됐다고 방송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듣는 이에게는 당시의 패기 넘치고 불온한 기운에 목말라하던 갈증을 풀어주는 트랙이다.

이적 6집의 타이틀곡 ‘돌팔매’의 뮤직비디오 장면들. 패닉 1~4집의 아트워크를 활용한 장면들이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사진제공=뮤직팜이적 6집의 타이틀곡 ‘돌팔매’의 뮤직비디오 장면들. 패닉 1~4집의 아트워크를 활용한 장면들이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사진제공=뮤직팜


이적 본인이 그의 대표곡 ‘왼손잡이’의 25년 후 버전 같은 곡이라고 얘기했던 타이틀곡 ‘돌팔매’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곡에서 다양성과 연대에 대한 철학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왼손잡이’에서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아무것도 망치지 않아/난 왼손잡이야’라고 호소하던 그는 ‘돌팔매’에서 ‘누군가 너를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힌다면/그땐 우린 또 하나지/돌팔매를 그저 모른 척할 수는 없지’라고 연대의 손을 내민다. 패닉 4집 이후 15년만에 이적과 함께 작업한 김진표 역시 오랜만에 랩을 하면서도 적절한 가사로 잘 녹아든다. 또한 뮤직비디오는 패닉 1~4집의 아트워크를 활용한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또한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홀로 남겨진 긴 밤의 불안감을 싸늘한 가사와 독특한 멜로디 전개로 드러내는 발라드 ‘밤’, 끈적한 사운드로 사랑을 표현하는 블루스 록 ‘숨’ 등이 불온한 기운으로 잡아끈다. 그 외에도 선공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위로곡 ‘당연한 것들’을 비롯해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이적 특유의 스타일이 담긴 곡들이 가득하다.

관련기사



이적 6집 ‘Trace’ 앨범 커버. /사진제공=뮤직팜이적 6집 ‘Trace’ 앨범 커버. /사진제공=뮤직팜


다양한 사운드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드러내던 이적은 앨범의 후반부로 갈수록 사운드나 목소리나 모두 힘을 뺀다. 싱글 ‘흔적 파트2’로 미리 공개했던 ‘숫자’에서는 함께 했던 시간이 숫자로만 남은 것 같다며 지나간 것에 대한 상실의 정서를 노래한다. ‘준비’에서는 인생이 준비하고 연습하다 저물어가고 끝나버리는 게 아닌지 유예된 희망에 대한 탄식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앨범을 마무리하는 ‘나침반’에서는 황량한 세상 속에 나침반처럼 갈 길을 일러주는 존재가 있다며 희망을 얘기한다.

전체 곡을 듣고 나면 앨범 제목과 같은 곡인 ‘흔적’의 가사에 눈길이 가게 된다. 통기타 하나만 들고 ‘잊지 말아 줘요 우리의 얘기를/나를 바라보던 그대 깊은 눈동자를/나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저 좀 멀어질 뿐이죠’라고 읊조리는 이적의 목소리를 들으며 앨범에서 보여줬던 그의 음악적 흔적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