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 앞두고 세금 800억원이 투입되는 광화문 광장 재정비 공사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7일 “시장도 없고, 부처와의 합의도 없고, 서울시민의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한 마디로 ‘날림행정’, ‘불통행정’, ‘유훈행정’의 표본”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누구를 위한 광화문 광장 공사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제 광화문 광장 개조 공사가 시작됐다”며 “무려 800억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사다. 두 번이나 재검토 결정이 났고, 이 정권 중앙부처도 반대했던 공사를 왜 강행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이 사업과 관련해 오랫동안 시민과 소통해 왔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광화문 대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나 광장과 보행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심층 설문 조사라도 했는지 의문”이라며 “혹시 어용시민단체만 불러다 박수 치고 끝낸 것을 소통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광화문 광장 공사는 남은 임기 5개월짜리 대행체제가 화급을 다투어서 강행할 사업이 아니다”라면서 “차기 시장이 뽑히고 나면 새 체제에서 시민과 도시계획전문가 그리고 중앙정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것이 맞다. 광화문은 서울시에 있지만 경복궁과 연결돼있는 대한민국의 상징과도 같은 역사적 공간이기 때문이며, 광화문은 서울시장의 광장도 아니고, 특정 세력의 광장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광장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안 대표는 “시민은 세금폭탄으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이런 사업 하겠다고 세금을 퍼붓는다면 어떤 시민이 납득하겠느냐”며 “누구 배를 불려주고, 누구를 기념하기 위해 이런 사업을 벌이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사익을 공익으로 포장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나 개인에게 실질적, 상징적 특혜를 주기 위한 사업들이 너무나 많다. 이제, 그만 좀 하자”며 “당신들에겐 눈먼 돈이지만 시민들에겐 땀과 눈물이자, 가족을 위해 써야 할 피 같은 돈”이라고 쏘아붙였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지금 당장 사업을 멈추고, 5개월 후 서울시민이 선택한 자격 있는 새 시장이, 시민의 뜻과 전문가의 뜻을 물어 결정하게 하자”며 “현 대행체제가 명분 없이 밀어붙인다면 새로운 서울시장체제에서 무리한 공사강행과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선 서울시는 전날 2016년부터 추진해왔던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재구조화 공사의 가장 큰 특징은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 광장 사이에 있는 도로가 없어진다는 점이며, 세금 791억원이 투입돼 2023년 완공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9개 시민단체가 포함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시장 선거를 5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무리하게 졸속 공사를 추진하지 말라”며 “시민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졸속 공사를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시장 궐위 상황이라 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지난 4년간 300회 넘게 시민과 소통하고 논의했던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의 노력과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