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13일 연소득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죄는 방향으로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규제가 실행되는 30일 이전에 신용대출을 받아두려는 사람들이 은행 창구로 몰려들고 있다.
당장 부동산 구입 계획이 없더라도 혹시나 앞으로 부동산 투자에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 신용대출을 받아놓으려는 가수요까지 밀려드는 실정이다. 이미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규제가 소급 적용되는지, 추가 대출이 얼마나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은행을 다시 찾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한 직후 주말인 14∼15일 온라인 비대면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A 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건수가 719건으로 304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이 단 이틀간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이는 불과 1주일 전 주말 약 70억원(348건)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같은 기간 B 은행의 신용대출도 67억원(234건)으로 직전 주말의 27억원(155건)의 약 3배에 이른다. 국내 5대 주요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들어온 개인신용대출 신규취급 건수와 금액도 규제 발표 후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의 1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0조5,064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책 발표 전날인 12일 이후 불과 나흘 만에 1조12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대책이 발표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5대 은행이 받은 신규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2만149건이었다. 한 주 전 같은 기간(6∼9일, 1만4,600건)보다 6,000건가량 늘어났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에서는 15·16일 신용대출 신청 고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접속 지연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 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초과하면 개인 차주(돈 빌린 사람)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를 받는 것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아울러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이 때문에 은행 지점에는 대출 규제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13일) 규제 발표 이후 지점마다 전화와 방문 문의가 꽤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의 내용은 주로 과거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에게도 규제가 소급 적용되는지, 부부의 경우 각각 규제가 적용되는지,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실제 사용액과 한도 중 기준이 무엇인지 등이다. 금융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 단위 DSR 40%’ 규제는 제도 시행(30일) 이후 신용대출을 새로 받거나 추가로 받아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에 적용된다.
따라서 30일 이전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보유하더라도 DSR 40%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 경우 금리 또는 만기 조건만 바꾸는 재약정도 규제와 무관하다. 아울러 이번 대출 규제는 부부나 가족 합산이 아니라 개인 차주별로 적용된다. 부부가 각 9천만원씩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 내 규제 지역에 집을 사도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한도 대출’의 경우, 총 신용대출 규모를 산정할 때 실제 사용액이 아니라 금융회사와 약정 당시 설정한 한도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