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당장 이번주부터 1억원이 넘는 고액 신용대출, 연 소득의 2배가 넘는 신용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대책 발표 이후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자 규제 시행일(11월30일)에 앞서 사전 차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3일부터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는 고객에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한다.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잔액을 합한 금액이 1억원을 넘는 사람이 대상이다. 당국이 오는 30일부터 일괄 적용을 예고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40%’ 대상은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이지만 국민은행은 소득과 상관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으면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또 국민은행은 23일부터 연 소득의 200% 내에서만 신용대출을 승인하기로 했다. 소득 대비 과도한 신용대출을 억제한다는 취지다.
우리은행 역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전산 시스템 개발이 마무리되는 대로 30일보다 앞선 이번주 중 실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23일부터는 휴대폰 앱 등을 통한 비대면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도 대폭 낮춘다.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과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을 통해 최대 2억원까지 마이너스통장을 뚫을 수 있었지만 한도를 1억원으로 내리기로 했다. 전문직 대상 마이너스통장인 ‘우리 스페셜론’도 한도를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다. 영업점 창구에서는 이 같은 방안이 20일부터 시행됐다.
농협 역시 대출한도·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신용대출을 죄고 있다. 18일부터 우량 신용대출, 일반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깎았고 20일부터 연봉이 8,000만원을 넘는 고객의 신용대출 가능 한도를 연 소득의 200% 내로 축소했다. 가령 전문직 대상 ‘슈퍼프로론’은 2억원, 의사대상 ‘메디프로론’은 2억5,000만원 등 상품별로 최대한도를 적용했지만 이제는 상품과 관계없이 연봉 대비 두 배 이상의 신용대출을 못 받게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9일부터 별도의 한도를 두지 않았던 전문직 마이너스통장에 최대 1억원 한도를 신설했다. 하나은행도 ‘하나원큐’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지난달 8일부터 2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였다.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최근 신용대출이 급증하며 연간 대출 총량 목표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9일 현재 131조354억원으로 규제 발표 전날(12일)에 비해 일주일 만에 1조5,301억원이 불어났다. 특히 5대 은행의 일일 신규 마이너스 통장 개설 수는 12일 1,931개였지만 18일에는 4,082개로 2배가 넘었다. 30일 규제 시행 이후부터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모두 신용대출 총액에 합산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