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한국에 한해 자사 앱마켓 ‘구글플레이’의 인앱결제를 모든 애플리케이션·콘텐츠로 확대 적용하는 시점을 내년 1월에서 9월로 8개월가량 미루기로 했다.
애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영세 콘텐츠 개발사들을 위해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아왔던 구글도 방침을 선회한 것이다. 구글의 강제 인앱결제와 수수료 정책에 반발해왔던 콘텐츠 제작사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강제 결제와 수수료 정책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일시 보류한 것이어서 결국 시간만 잠시 늦춰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3일 구글 측에 따르면 구글은 한국 시장에 한해 내년 1월부터 인앱결제 의무화를 적용했던 신규 앱 개발사의 적용 시점을 내년 9월30일로 연기했다.
애초 구글은 새로 등록되는 앱은 내년 1월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9월30일부터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의무 적용할 방침이었다. 이를 신규·기존 관계없이 내년 9월 말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구글은 주요 공지사항을 전하는 블로그를 통해 “최근 발표한 구글플레이 결제 정책에 따라 영향을 받는 소수의 신규 콘텐츠 앱의 경우에도 유예기간을 내년 9월 말까지 연장한다”며 “한국의 개발자들이 인앱결제를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내년부터 시행될 크리에이트(K-reate) 관련 프로모션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앱 생태계 상생 포럼’을 통해 한국의 개발자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의견을 수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평가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사실 구글 인앱결제 적용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건 아직 앱을 내놓지 않은 신규 사업자가 아니라 기존 사업자”라며 “우려되는 내용은 바뀌지 않은 채 신규 사업자 적용 시점만 내는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결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고 시한만 연장됐을 뿐”이라며 “국회에서 추진 중인 구글 규제 법안이 하루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이 이처럼 정책을 변경한 것은 최근 애플의 수수료 감면 조치로 여론전에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구글이 당장 내년 1월부터 구글 인앱결제를 강제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구글은 인도에서도 앱 사업자의 반발이 커지고 150개 넘는 앱 사업자들이 연대해 토종 앱마켓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인앱결제 적용 시점을 2022년 4월로 추가로 6개월 유예한 바 있다. 인터넷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구글은 국내 개발사의 경우 인앱결제가 전면 적용되면서 100개사 이하가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매출로 치면 적지 않은 숫자”라며 “특히 한국의 경우 전 세계에서 앱마켓 4위 매출을 올리는 만큼 여론을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