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주름잡는 행시 27회 '함현정' 4인방 아시나요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단독 후보로 추대되면서 금융권이 ‘행정고시 27회’를 주목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이 모두 행시 27회 동기다.

우선 김 회장은 지난 1983년 공직에 입문한 뒤 민관을 두루 경험한 대표적인 금융계 인사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사무관으로 실무를 익혔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를 했다. 2008년에는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을 맡았고 2018년 4월부터는 민간 부문 농협금융 회장을 지내며 2년 6개월가량 농협금융의 혁신을 주도했다.







은 위원장은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재직 시절 기재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까지 지내는 등 국제금융 분야에 오래 몸담았고 이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내며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보고를 받을 때 보통 다른 장관은 과장급까지 배석시키지만 은 위원장은 사무관도 배석하게 하고 의견도 묻는다”며 “특유의 활발한 소통과 빠른 학습능력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윤 행장은 재정경제부·기재부 시절 경제정책국장을 지낸 ‘경제정책통’이다. 그러나 금융위의 한 고위 퇴직관료는 “윤 행장이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서기관으로도 일했다”며 “금융정책과 서기관은 금융정책과장보다도 금융 실무를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자리이고, 일을 한창 배울 때인 서기관 시절 그 자리에 있어 금융 관련 이해도 높다”고 전했다. 윤 행장은 2018년 6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으며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금융정책도 입안했다.



정 회장은 관료 시절 대부분의 경력을 금융 쪽에서 보낸 금융통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감독정책과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상임위원까지 지낸 후 한국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지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1957년생으로 맏형인 김 회장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같은 광주제일고를 나와 1977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들어갔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77학번 동기다. 1960년생 윤 행장은 서울 인창고를 나와 1980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1961년생인 은 위원장은 전북 군산고를 졸업하고 역시 1980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들어갔다. 정 회장은 1962년생으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기재부 1차관, 한승희 전 국세청장 등과 같은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이다. 부산 대동고를 나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함현정(含賢井·현명함을 담은 우물)’이라는 명칭의 동기모임도 하고 있는 행시 27회는 유독 인물이 많다”며 “행시 27회 인사 중 전 정부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물들이 이번 정부 들어 빛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