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늦게나마 인공지능(AI) 대학원 확충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커리큘럼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아닌 앞만 보는 경주마를 길러낼 뿐입니다. 경제학이나 심리학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데이터사이언스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해 판 자체를 흔드는 통합형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데이터사이언스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최초의 전문 대학원인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의 차상균 원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 교육과정의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차 원장은 AI라는 협소한 분야에 집중하기보다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전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채택해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에 다가가는 새로운 학문인 데이터사이언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일변도의 AI 연구는 글로벌 기준에 비춰봤을 때 이미 뒤처진 유행 따라가기에 가깝다”며 “AI·머신러닝·딥러닝은 물론 데이터를 처리하는 전 과정을 아울러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한 인재를 키우는 데이터사이언스가 더 넓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패턴을 인식하는 기계학습 수준에 그치는 현재 AI 기술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보다 더 본질적인 데이터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차 원장은 데이터 교육에 정부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 원장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국내 데이터·네트워크·AI(DNA)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주재한 목요대화에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등 관계자와 동석했다. 차 원장은 이날 데이터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우수한 교수가 요구하는 수십억원대 연봉을 맞춰줄 수 없는 게 대학 현실”이라며 “ICT 기업들이 디지털 경제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선순환 구조로 투자해 한국에서도 ‘네이버 프로페서십’ ‘카카오 프로페서십’ 같은 석좌 교수 포지션을 만들어주면 외국에서 석학을 데려오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차 원장은 “다양한 전공·배경을 가진 인재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발목을 잡고 있는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이 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의 지난해 첫 신입생 모집에서 40명을 뽑는 전문석사 과정에 257명이 몰려 경쟁률이 6대1을 넘겼다. 하지만 40명 정원은 한 학기에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등록하는 미국 UC버클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차 원장은 세계적 인재를 양성하려면 경직된 연구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인력이나 예산 면에서 강점을 내세울 수 없다면 자유로운 학풍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 그는 “논문 숫자 위주의 한국 학풍과 경직된 연구환경이 문제”라며 “연구의 질과 내용에 집중하고 교수의 겸직과 다양한 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통합형 데이터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