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동부에서 벌어진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의 배후가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이란 언론과 인터뷰에서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에 전자 장비가 사용됐고 현장에 아무도 없었다며 “무자헤딘에할크(MEK·유럽 등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체제 단체)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및 모사드와 함께 관여한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모사드가 파크리자데 암살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으며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에서도 파크리자데가 오랫동안 모사드의 표적이었다고 전했다.
모사드는 정보 수집 및 분석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되고 첩보영화를 연상케 하는 과감한 특수작전으로 유명하다. 히브리어로 ‘기관’이라는 뜻인 모사드는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듬해인 1949년 출범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직속 조직이고 현재 수장은 2016년 취임한 요시 코헨 국장이다.
모사드는 1960년 아르헨티나에 숨어 지내던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찾아내 압송한 뒤 시민재판에 세워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 1972년 9월 독일 뮌헨올림픽 때 발생한 이스라엘 선수들의 암살에 관여한 이슬람 무장대원들을 7년 동안 끈질기게 추적해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모사드는 이슬람 무장대원들을 살해하기 위해 전화 폭탄도 이용하고 침대 밑에 폭약을 설치하기도 했다. 1976년 6월 아프리카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테러범들에 의해 인질로 잡혀있던 이스라엘인들을 구출하는 작전에도 투입됐다.
모사드는 1981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간부 아브 다우드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암살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아랍권 인사의 암살 사건이 발생하면 꾸준히 배후로 지목됐지만 모사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모사드는 이란의 핵 활동과 관련해서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8년 4월 말 ‘아마드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 자료를 확보했다며 원본 일부를 공개했다.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모사드 요원들이 그해 1월 이란 테헤란 상업지구의 한 창고에 침입해 금고들을 절단한 뒤 5만 쪽의 문서와 콤팩트디스크(CD) 등을 절취했다고 전했다. 2010∼2012년 이란 핵 과학자들이 잇따라 테러로 목숨을 잃었는데 모사드가 개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모사드는 위험한 작전뿐 아니라 방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스라엘 외교에서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언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밀리에 방문했을 때 코헨 모사드 국장이 함께했다. 코헨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2018년 10월 걸프 국가 오만을 찾았을 때도 동행했다. 아울러 모사드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에는 해외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 마스크를 이스라엘로 들여오는 등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