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6개 여성복 브랜드 통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거래 가격을 두고 원매자와 시각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룹이 희망하는 기업가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로 타격을 입은 회사의 실적과 다소 괴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그룹 내부에서도 처치 곤란이 된 오프라인 중심의 SPA 브랜드 사업에 원매자들이 과감히 뛰어들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6개 여성복 브랜드 통합법인의 기업가치(EV)를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로엠·미쏘 등 5개 여성복 브랜드와 이앤씨월드의 이앤씨(EnC) 매각을 결정하고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인수 후보자들과 사전 접촉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들 브랜드를 묶어 새롭게 설립하는 신설법인의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 모두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랜드그룹이 매각하는 6개 여성복 브랜드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과 EBITDA(이자 및 법인세차감전 영업이익)은 각각 3,000억원과 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랜드 측이 희망하는 매각가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았던 작년 실적에 에비타 배수(EV/EBITDA) 8~10배 수준을 바라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EnC 브랜드를 보유한 이앤씨월드의 매각을 시도했을 당시에도 이랜드그룹은 같은 배수를 적용한 기업가치를 희망했다. 2018년 말 기준 Enc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40억원가량이다. 여기에 10배수를 적용한 400억원에서 이앤씨월드의 매각가가 논의된 바 있지만 협상에 실패했다. 2017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매각할 때도 11배수 수준인 7,000억원에 회사를 처분했다. 같은 해 SK증권·케이프투자증권에 매각했던 제화 브랜드 엘칸토와 지난해 SG프라이빗에쿼티의 외부 투자를 받았던 외식사업부 이랜드이츠 가격 산정도 마찬가지다. 이랜드 그룹 입장에선 과거 유통 계열사 매각 때와 비슷한 가치를 일관성 있게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 들어 급변한 유통 시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가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의류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이랜드그룹이 내놓은 여성복 브랜드의 실적 역시 지난해 수준이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저가의 글로벌 SPA 업체와 명품 브랜드 사이에 밀려 매출이 정체된 상황이었다.
사업 구조도 매력적이지 않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무신사의 경우 올해 거래액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팬데믹 국면에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를 달성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랜드그룹의 경우 오프라인 부문 중심으로 패션·유통 사업 전반을 유지해왔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번 매물로 나온 여성 브랜드 역시 오프라인 매장 500여개를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왔다. 온라인 전환이라는 패션 산업 트렌드에 맞춰 이랜드그룹도 관련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매출 기여도는 미미하다.
이랜드그룹은 6개 이랜드 여성복 브랜드가 영캐주얼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을 포괄하고 내의부터 아우터까지 모든 아이템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각 후에는 기존 유통 매장을 사용할 수 있고 그룹의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