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강행하겠다는 것을 두고 야권 잠룡들이 잇달아 지지를 보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국회 상황이 어지럽기 때문에 사과를 잠정적으로 보류하고 있다”면서도 “시점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면, 그 시점에 맞춰서 사과할 것”이라며 사과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시기나 당내 의견 수렴이라는 과정의 문제이지 그것 때문에 사과 여부라든지 사과 내용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호응했다. 그는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다시는 권력이 권한을 남용하고 헌법을 원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과드린다. 용서를 구한다”고 선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 역시 SNS를 통해 “4년 전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모두 괴로운 선택을 했다. 이제는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화해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우회적으로 김 위원장의 사과를 지지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우리는 탄핵에 책임이 있는 정당이다. 사과와 반성이 늦었다”며 “나라를 다시 살리기 위해 국민께 용서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사죄드려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야권의 유력 주자들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사과에 공감하고 나선 배경에는 ‘혁신적 중도 보수’ 이미지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대선 출마를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는 잠룡들이 당 쇄신의 선봉장인 김 위원장과 주파수를 맞춰 중도층 지지를 흡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당내 반발이 처음보다 잦아든 점 역시 이들의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3선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하자 “일단 지켜보자”는 데에 힘이 실렸다. 당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다들 민심의 흐름을 예민하게 읽고 동조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의 관계를 생각하더라도 나쁠 게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