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올해의 아픔 달랠 무대를 기대하며

송주희 문화레저부 기자




방법이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의 끝자락에서 간신히 버텨 오던 공연계도 2.5단계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객석 한 칸 띄어 앉기로 공연을 진행하려던 기획사들은 두 칸 띄어 앉기 체제 전환으로 고심 끝에 ‘공연 일시 중단’과 ‘공연 연기’라는, 피하고 싶었던 결정을 내렸다.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일찌감치 올 연말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개막을 열흘 앞두고 연기를 공지했고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12월 예정됐던 리사이틀, 지휘자 데뷔 공연, 정경화와의 서울 듀오 무대를 모두 내년으로 미뤘다. 국립극장 역시 연말 예정됐던 신작 공연을 연기했다.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객석의 70%는 차야 손해가 나지 않는 공연 시장에서 객석을 두 칸씩 비워 손님을 받으면 배우·스태프의 출연료와 임금 지급조차 어려워진다.


얼어붙은 관극 심리도 걱정이다. 거리 두기 단계 변화에 따라 ‘예매 일괄 취소-재예매’가 반복되면서 관객들의 피로감은 높아져만 가는 상황이다. 번거로움과 재예매 실패에 따른 허탈감이 쌓여 ‘당분간은 공연 보기를 잠시 멈추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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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뚜렷한 답을 낼 수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얼어붙는 관극 심리와 위축되는 시장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일부 공연은 서울시의 ‘2주 비상조치’에 따른 공연 일시 중단을 마치고 18일부터 공연 재개에 나설 예정이지만 최근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만 1,000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주요 제작사와 공연 단체는 내년 라인업을 발표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있다. 사실 이맘때면 ‘내년에는 어떤 신작과 명작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은 내년 작품을 준비하는 그 모습만으로도 감사하고 가슴 벅차다. 내년 무대가 올해에 이어 맞닥뜨릴 불확실성을 왜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한결 안전해진 환경에서 공연팀도 관객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그렇게 올해의 아픔을 달래주는 풍성한 무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할 뿐이다.
ssong@sedaily.com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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