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나선 76개사에 개인의 청약자금이 모두 300조원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공모가에 비해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은 보인 기업은 이달 초 상장한 명신산업(009900)으로 5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나노 소재 기술 기업 석경에이티(23일 상장)를 마지막으로 올해 IPO 시장은 막을 내렸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76곳(기업 인수·합병 스팩 제외)으로, 공모금액 5조7,000억 원에 청약 증거금은 총 295조5,000억 원이 몰렸다.
100조원이 되지 않았던 2019년(76곳)과 2018년(78곳)의 3배가 넘는 수준으로, 증거금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역대 가장 많은 규모라는 평가다. 5조원 이상이 몰린 종목만 12개였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종목에 불과했다.
카카오게임즈(293490)에는 무려 58조5,000억원이 몰렸고 빅히트(352820)도 58조4,000억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SK바이오팜(326030) 역시 30조9,000억원이 몰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은 2014년 12월 제일모직의 30조원이었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SK바이오팜은 나란히 역대 최대 증거금 1∼3위를 꿰차 IPO의 새 역사를 썼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공모주의 열풍 속에서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스팩 및 합병 상장 제외) 71개사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지난 18일 현재 평균 65.2%였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명신산업으로 515.4% 올랐다. 지난 7일 코스피에 상장한 명신산업의 공모가는 6,500원이었다. 다음으로는 박셀바이오(323990)(496.3%), 포인트모바일(318020)(311.3%), SK바이오팜(270.4%), 인바이오(352940)(218.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 상장 기업(10개사)은 평균 85.0%, 코스닥 기업(61개사)은 61.9%의 수익률을 거뒀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공모주의 주가도 끌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청약 증거금의 규모가 클수록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랐다. 증거금 5조원 이상을 기록한 11개사의 경우 공모가 대비 평균 126.3%, 증거금 1조원 이하인 28개사의 주가는 평균 46.4% 상승했다.
또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장 이틀 연속 상한가로 마감하는 이른바 ‘따상상’은 총 4개사(소룩스(290690)·카카오게임즈·SK바이오팜·엘이티(297890))에 달했다. SK바이오팜은 유가증권시장 기업 최초로 상장 이후 3일 연속 상한가로 마감하기도 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공모 자금은 넘치는데 그에 비해 상장 기업의 수는 (수요를 뒷받침할 만큼)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엄선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반영되면서 공모 기업의 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새해를 맞는 내달에는 솔루엠을 비롯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엔비티·레인보우로보틱스·모비릭스 등 총 10개 사의 IPO 공모가 예정돼 있다. 집계된 공모 규모는 6,000억원대로 올해 1월의 1개 사, 102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