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웃돌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명품족의 ‘오픈런(구매를 위해 매장 오픈 시간에 달려가는 것)’ 행렬은 여전해 눈총을 사고 있다. 거리 두기 강화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백화점 전체 방문객은 큰 폭으로 줄었지만 명품 매장은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기표를 받고 입장하는 데까지 4~5시간이 걸렸다.
주말 첫날이었던 지난 19일 오전 9시 30분. 백화점 개장까지는 아직 1시간여가 남았지만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수십 명이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도착한 김 모(35) 씨는 대기 50번대를 받았다. 그의 뒤에는 여전히 20~30명이 입장 대기 번호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줄을 서는 동안 거리 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거리 두기 없이 바싹 붙어 있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유통 업체를 찾는 방문객은 크게 줄었지만 명품 매장 앞의 오픈런 행렬은 이처럼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여전히 계속되는 모습이다.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한정 물량이라는 명품의 특성상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은 물론 웃돈을 붙여 되파는 리셀러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침부터 대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리셀러가 많다”며 “이들을 제지할 방법은 없어 최대한 방역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오픈런을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명품 관련 한 인터넷 카페는 오픈런 관련 게시 글을 수시로 삭제하는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오픈런 상황을 공유하고 재고 물량을 문의하는 등의 게시 글은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관 뚜껑에 ‘까멜리아(샤넬의 시그니처)’를 붙이라는 조롱도 나오고 있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매장에 우르르 몰려가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