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전격적으로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며 ‘야권 단일 후보’를 최우선 기치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이라고 말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함께 후년 대통령선거까지 사실상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내년 보궐선거뿐 아니라 대선까지 선거 구도는 이미 출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독대를 통해 의기투합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반문(反文) 연대’를 고리로 한 보수 진영 개편이 본격화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안철수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 “서울의 시민 후보, 야권 단일 후보” 등을 거론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오는 2022년 대선 불출마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 할 것”이라며 “원로들이 ‘결자해지’라고 지적한 데 송구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안 대표가 후보직을 양보한 뒤 결국 이번 보궐선거까지 치러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 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 절차에 대해 무시하는 상황을 접했다”며 기업 규제 3법 등 여당의 입법 폭주가 출마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음을 내비쳤다. 나아가 “무엇보다 의사 입장에서 이번 (코로나19) 백신 구매와 관련해서 (정부가)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한 부분에 분노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야권 연대 방식에 대해서는 “공정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며 “김 위원장뿐 아니라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어떤 분이라도 만나서 연대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사실상 열어놓은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안 대표도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소 거리를 뒀으나 그간의 날 선 비판 기조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그동안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입당 후 경선 참여’를 주문해온 만큼 안 대표의 제안을 뿌리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접은 진정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점 자체가 야권 단일화에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김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독대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는 한편 당내 ‘대선 잠룡’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김·유’ 독대와 같은 ‘김·안’ 회동 역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국민의힘은 당내 경쟁자들을 중심으로 경계감이 흘렀지만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흥미로운 전개”라는 입장을 밝혔고, 오신환 전 의원은 “안철수·금태섭, 국민의힘 모든 후보들이 범야권 공동 경선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무성 전 의원도 “반문 연대 후보 단일화가 제일 중요한데 1단계 결실을 보았다”고 높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