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새해맞이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제야의 종’ 타종식은 물론 각종 공연과 놀 거리로 풍성했던 해맞이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여기에 더해 5인 이상 집합 금지 행정명령으로 송년회를 개최하는 것도 어려워지자 시민들은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2021년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관광지에는 여전히 많은 인파가 몰릴 조짐을 보여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연말연시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매년 시민들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 시작을 알렸던 서울 종로구 보신각종은 내년 1월 1일 0시에는 울리지 않는다. 서울시가 지난 1953년 이후 67년 만에 처음으로 ‘온라인 타종 행사’를 진행해 사전에 찍어둔 타종 영상을 내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는 중구 남산공원 팔각광장,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선유교 등 일출 명소 19곳의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신년 행사를 중단하는 움직임은 전국의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바다와 맞닿아 있어 일출객이 몰려드는 강원 강릉, 부산, 울산 등은 해수욕장 출입까지 통제했다. 한국철도 강원본부도 오는 1월 3일까지 모든 기차 여행 상품 운영과 정동진역 내 일출 관람을 전면 중지했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안전하게 새해를 맞이할 채비에 나섰다. 특히 젊은 층은 ‘줌’ 같은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추세다. 프리랜서 이 모(29) 씨는 “크리스마스에 대학 동기들과 ‘랜선 파티’를 했는데 어색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너무 재미있어서 5시간을 놀았다”며 “31일에도 잠옷을 입고 각자 컴퓨터 앞에서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박 모(33) 씨도 “이전에 친구들과 여러 번 약속을 잡았는데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아 계속 미뤄졌다”며 “이대로는 못 만나겠다 싶어 1월 3일에 줌으로 보기로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거라 설렌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5명 이상의 식당 내 모임(비수도권)과 사적 모임(수도권)이 금지되며 가족 모임이 어려워지자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다. 경남 진주에 거주하는 김 모(56) 씨는 매년 새해 7남매와 그 자녀들이 부산에 모여 다 함께 일출을 봤지만 이번에는 각자 새해를 보내기로 했다. 김 씨는 “설날과 추석에는 방문하는 곳이 다 달라서 새해 첫날에 모였는데 이번에는 너무 적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직장인 권 모(27) 씨 또한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고향에도 안 내려가는데 혼자 연말을 보내면 너무 쓸쓸할 것 같아 친구를 불렀다”며 “엄마가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며 반찬을 보내줬다. 아쉽지만 안전하게 연말을 보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각종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연말연시에 외부 활동을 강행할 조짐을 보여 지자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에서 31일 출발하는 강릉행 열차는 14대 중 11대가, 동해행 열차는 10대 중 7대가 매진이다(30일 오후 2시 기준). 이에 강릉시는 드론 10대를 동원해 출입 통제 해변에 사람이 진입할 시 퇴거 명령을 내린다. 인파 밀집 예상 지역에는 시 전체 공무원을 포함한 인력 1,300여 명을 투입해 계도에 나선다. 서울시는 연말연시에 5명 이상이 모일 가능성이 큰 관광 숙박업소와 식당 등을 불시 점검하기로 했다.